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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약물 운전자 ‘바보검사’ 받아야 면허 재발급

입력 | 2016-12-26 03:00:00

[교통사고 사망자 2000명 줄이자]독일의 엄격한 ‘고위험군 운전자’ 관리




 “면허가 취소됐거나 사고 확률이 높은 운전자는 반드시 ‘바보 검사’를 통과해야 다시 운전할 수 있습니다.”

 지난달 말 동아일보 취재진을 만난 독일 함부르크 교통청(LBV) 관계자들은 “사망자 감소의 핵심은 교통사고 고위험군 관리”라고 입을 모았다. 노화나 질병으로 신체 능력이 떨어진 운전자뿐 아니라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등 위험 행동을 제어하지 못하는 운전자의 면허 보유를 강력히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중요하게 손꼽은 것이 의료진의 엄격한 운전자격 검사다. 

 이른바 ‘바보 검사(Idiotentest)’는 면허가 정지 또는 취소된 운전자가 면허 재발급을 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의학심리검사(MPU)를 말한다.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를 검사하듯 운전자의 인지능력과 충동장애 등을 꼼꼼히 확인하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다시 불법 행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지 작은 가능성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취지다. 검사 비용은 800유로(약 100만 원). 이미 벌금이나 과태료를 낸 운전자가 다시 차량을 운행하려면 검사비까지 낼 수밖에 없다.

 교통법규 위반자뿐 아니라 다른 형사사건 전력자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마약사범은 체포되면 운전 중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면허가 취소된다.

 우베 틸만 함부르크 교통청 경영혁신부장은 “범죄자들은 대개 공격적 성향이 강해 교통사고를 일으킬 확률도 높다”며 “면허 취소는 징벌이기보다 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이 의심되는 운전자는 면허 재발급이 더욱 까다롭다. 바보 검사 외에도 1년 동안 술이나 마약을 끊었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한다. 1년에 6회 소변 검사를 실시하는데 한 번이라도 금지 성분이 나오면 안 된다. 검사 일정은 미리 알려주지 않고 실시 전날 통보한다.

 함부르크 교통청 운전면허 담당자 미하엘 포슈 씨는 “음주나 마약류 흡입으로 적발된 운전자들은 바보 검사와 소변 검사까지 거쳐 면허를 다시 받는 데 보통 4, 5년이 걸린다”고 말했다.

 면허 재발급 조건이 까다롭다 보니 탈락률도 높다. 지난해 함부르크에서 면허를 재발급 받은 운전자는 1884명. 신청자의 약 50%에 불과하다. 310명은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해 재발급을 포기했다. 고령 운전자 557명, 음주운전자 599명, 약물 운전자 478명이 악명 높은 바보 검사를 받았다. 올 10월에는 러시아도 상습 음주운전자에게 독일의 바보 검사와 유사한 의학 검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함부르크=박성민 기자 m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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