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살아가는 방법/벨라 드파울루 지음/박지훈 옮김/392쪽·1만6000원/알에이치코리아
한 부지에 두 채 이상의 별도 생활공간을 둔 미국의 듀플렉스 주거지. 가족을 대체하는 새로운 공동체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알에이치코리아 제공
사회심리학자인 저자는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현대 미국인들의 다양한 삶의 방식을 구체적인 사례로 보여준다. 한때 우리나라에서 유행한 땅콩집처럼 하나의 부지에 여러 채의 독립된 생활공간을 짓는 ‘듀플렉스’ 공동체나 인터넷을 통해 만나서 공동 육아를 실현한 싱글맘 공동체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도록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동시에 가족을 대체할 수 있는 소통을 추구한다. 저자는 “이젠 나만의 공간과 가족을 스스로 설계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가족 공동체의 양상도 바뀌고 있다. 장성한 아들이나 딸이 부모와 함께 사는 이른바 ‘캥거루’ 가족이 최근 미국에서도 늘고 있는 추세다. 저자는 자녀들이 경제위기로 인해 부모에게 기댄다는 식의 부정적인 의미로 보지 않는다. 물론 주거비 절약 같은 경제적 유인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보다 부모와 자식 간 세대 갈등이 과거에 비해 약해졌다는 데 주목한다. 히피로 대표되는 저항과 ‘이유 없는 반항’ 아이콘이 유행하던 1960, 70년대와 달리 지금은 세대 간의 정서나 공감대가 큰 충돌을 빚고 있지 않다는 거다.
책에는 주말부부도 아니면서 별도 집에서 각자 생활하는 부부들이 소개된다. 이들은 서로 사랑하지만 자신의 독립된 공간과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길 강력히 원한다. 혹자는 이기심 혹은 미성숙한 사랑이라고 비난하겠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파트너의 삶 그 자체를 인정해주는 게 성격 차이 운운하며 이혼 도장을 찍는 것보다 나을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오랜 추억이 담긴 자신만의 집을 포기할 수 없어 LAT를 선택한 노년 커플들의 이야기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