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00명 넘는 은행 희망퇴직 신청자
KB국민은행은 19일부터 나흘 동안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결과 2800여 명의 직원이 퇴직을 신청했다고 23일 밝혔다. 이 같은 퇴직 규모는 2010년 3244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이후 최대다. 현재 국민은행 전체 직원 수는 2만500명이다.
신청자 중 대부분은 과·차장 이상 책임자급 일반 직원이며 30, 40대 여성 직원이 절반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이 확정된 사람은 내년 1월 20일까지 근무한다.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아닌 일반 직원은 최대 36개월 치 급여에 해당하는 특별퇴직금을 받는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본적으로 2011년 이후 이익 증가율이 인건비 증가율을 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감축을 시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은행들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희망퇴직이라는 손쉬운 수단을 통해 비용을 줄이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관계자는 “매년 희망퇴직이 계속 반복되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경기가 좋을 때는 미리 인력 효율화를 해야 한다고, 경기가 나쁠 때는 사정이 안 좋아서 해야 한다면서 인건비 절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17개 은행의 올해 3분기(7∼9월) 당기순이익은 3조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4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순이익이다.
○ 보험사도 피해 가지 못한 감원 칼바람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2월(59명)과 10월(100명) 두 차례에 걸쳐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대상은 만 45세 이상 또는 15년 이상 근속한 직원이었다. 1년에 두 차례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 밖에 메트라이프생명이 지난달 직원의 8% 정도인 50명을 감축했고,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도 올해 6월 각각 100명과 200명을 희망퇴직 처리했다. 보험사들이 앞다퉈 희망퇴직에 나서는 이유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지급할 보험금이 더 많은 역마진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또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을 해야 하는 부담도 영향을 미쳤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내년 경기가 안 좋을 것을 감안해 인력을 줄이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희창 ramblas@donga.com·김성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