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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박원오 작년 8월 최순실에게 “삼성서 계약 빨리 하자고 한다”

입력 | 2016-12-23 03:00:00

[속도내는 특검-헌재]특검, 대가성 정황 진술 확보
거액 지원하는 삼성이 서둘러
코어스포츠 관계자 “이상한 계약…선수 선발권도 崔씨 측이 가져”
박원오, 훈련지원 등 계약이행 재촉…崔“꼴값 떨지 말라”며 바로 해고




 박원오 전 대한승마협회 전무(66)는 ‘비선 실세’ 최순실 씨(60)의 무엇을 폭로하려 했을까.

 독일 전지훈련을 구상하고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비덱스포츠 전신)에서 한솥밥까지 먹던 그가 최 씨에게 내쳐진 뒤 “다 불겠다”라고 선포한 것은 최 씨뿐 아니라 코어스포츠에 총 257억 원을 건넨 삼성에도 아킬레스건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삼성을 향한 수사로 돛을 올린 박영수 특별검사팀도 그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삼성과 최 씨 간의 ‘이면계약’을 의심케 하는 진술은 또 있다. 승마 비용 지원 계약 전인 지난해 8월 하순경 독일에 입국한 최 씨를 마중 나온 박 전 전무가 “삼성에서 빨리 계약을 하자고 한다”라며 “꼭 이번 달 안에 해야 한다고 그런다. 이유는 모르겠다”라고 보고했다는 것. 당시 대화를 지켜본 코어스포츠 관계자는 “느낌상 삼성에서 부탁할 게 있고 돈을 주고 코를 걸어야 되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거액을 지원하는 ‘갑’인 삼성이 오히려 계약을 서둘렀던 데는 최 씨의 도움이 급하게 필요했던 게 아니냐는 해석이 가능하다.

 계약을 채근했던 삼성은 실제 계약 당시 “딱 하나만 체크했다”라고 알려졌다. 그해 7월 세워진 페이퍼컴퍼니를 사서 회사명을 바꾼 코어스포츠의 최초 설립일이 삼성에서 요하는 계약 요건을 충족하는지였다.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무 등은 “아, 이거 괜찮습니다. 이상 없습니다”라며 계약을 체결했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갑을 관계가 뒤바뀐 이상한 계약이었다. 장애물 부문 3명, 마장마술 3명 등 승마선수들이 모두 확보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선수 선발권도 돈을 주기로 한 삼성이 아닌 최 씨 측에 있었다”라고 증언했다. 이는 승마팀 총괄감독을 맡기로 한 박 전 전무가 최 씨와 틀어지는 계기가 된다. 박 전 전무는 장애물 선수를 선발하고 최 씨가 마장마술 선수를 선발하기로 합의했지만, 번번이 박 전 전무의 천거가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박 전 전무가 “삼성에서 돈을 받았으니 선수를 채워야 한다”라고 하자 최 씨는 “나가라”라며 해고를 통보했다. 최 씨는 “누구 맘대로 선발해, 누구 때문에 이게 만들어졌는데 꼴값 떨고 있다”라며 그의 흉을 봤다고도 했다. 이는 삼성의 자금 지원이 특정한 목적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다.

 최 씨 측에 계약 주도권이 있었다는 정황은 삼성의 대외비 계약서인 ‘독일 코어스포츠인터내셔널 계약의 건’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해 8월 20일 만들어진 이 문건에는 코어스포츠는 운용 비용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불과 엿새 후 체결한 계약서 부속물에는 이 수수료가 15%로 오른다. 금액으로 치면 약 5억 원을 삼성이 코어스포츠에 더 주게 되는 셈이다.

 코어스포츠 자금 집행에 정통한 핵심 관계자는 “박 전 전무가 ‘삼성 돈이 들어오면 그거로 (최 씨) 집을 사면 된다’라고 말했다”라며 “삼성이 보내 준 돈은 정유라 씨와 그를 보좌해 주는 인물들에게 사용됐다”라고 말했다. 삼성이 보내 주는 돈을 코어스포츠에서 쓰면 영수증을 첨부해 월마다 삼성에 보내고 새로운 인보이스(거래 상품의 주요한 사항을 표기한 문서)와 회계 자료를 받는 식이었다. 최 씨 측이 사적인 용도로 쓴 정황을 삼성이 처음부터 알았을 가능성과 삼성의 돈이 부정한 청탁에 대한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이 같은 해 7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한 뒤 무언가를 전달받은 삼성 측에서 최 씨에 대한 특혜성 지원을 결정해 준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이 계약을 독촉하고, 실제 체결로 이어진 시기를 전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건이 삼성은 물론이고 국내외적으로 큰 이슈로 부상해 논란이 됐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검은 청탁과 자금 지원의 선후 관계와 상관없이 돈이 오간 상황으로도 뇌물죄를 충분히 구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향후 박 전 전무와 박상진 사장의 진술, 이재용 부회장의 소환조사 결과에 따라 삼성 핵심 수뇌부의 지원 지시가 있었는지 명백히 가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준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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