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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청석 ‘차분한 분노’

입력 | 2016-12-20 03:00:00

[최순실 첫 재판]재판 지켜본 시민들 표정




최순실에 쏠린 눈 19일 오후 최순실 씨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방청석에 기자와 방청객이 대거 몰려 있다. 우려했던 법정 소란은 없었다. 사진공동취재단

 19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지켜본 시민들은 다시 한번 분노를 쏟아냈다. 당초 이날 공판 참석이 불확실했던 최 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말 한마디, 표정 하나하나에 관심을 쏟은 방청객들은 그가 혐의를 전면 부인하자 분을 감추지 못했다.

 현장에서 재판을 지켜본 채희순 씨(70·여)는 “이렇게 나라를 뒤흔들어 전 세계에 망신시켜 놓고 아무 잘못이 없다고 하다니…”라며 최 씨를 비난했다. 채 씨는 “온갖 부정과 비리로 국민의 힘을 빼놓고 정작 자신은 호의호식하는 최 씨를 직접 보고 싶어 왔다”라며 “사기꾼 DNA는 따로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TV를 통해 최 씨가 법정에 출석하는 모습을 지켜본 고한유 씨(82)도 “구치소에서 생활하는 동안 조금이라도 죄를 뉘우치고 오늘 반성하는 모습을 보일지 기대했는데 여전히 잔꾀를 부리고 있다”라고 혀를 찼다. 이고은 씨(26·여)는 “사람이 어떻게 저 정도로 뻔뻔할 수 있는지 놀라울 뿐이다”라고 말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일제히 최 씨를 비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최 씨를 법적으로 범죄자라고 단정하기는 어렵겠지만 대통령을 탄핵으로 내몬 원인 제공자인데도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라고 했다. 고계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모든 혐의를 부인하는 모습이 파렴치하다. 애초 국민 앞에 사과할 마음이 없었다”라며 “최 씨가 법정에서 보여 준 태도는 24일 9차 촛불집회에 100만 시민을 불러 모으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씨의 ‘잡아떼기’ 전략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정영화 씨(40·여)는 “대통령도 탄핵 사유를 전혀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하는 마당에 최 씨 등이 짜고 치듯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417호 대법정에서 최 씨 등을 지켜본 방청객들은 이들의 ‘모르쇠’에도 불구하고 촛불집회에서 보여 준 성숙한 시민의식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법원은 일부 방청객이 흥분할 수도 있다고 보고 이날 법정경위 20여 명을 투입했지만 우려했던 소란은 단 한 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오후 2시 10분에 시작된 재판에 앞서 1시간 반 전부터 법정 출입구 앞에 줄을 서기 시작한 방청객들은 한 시간 넘게 걸린 확인 절차에도 짜증 내지 않고 묵묵히 순서를 기다렸다. 법원은 16일 공개 추첨을 통해 최 씨 재판 방청권을 80명에게 배정했지만 이날 법정에 직접 나온 시민은 72명이었다.

 법정 안팎에서는 외국 취재진의 모습도 포착됐다. 오후 1시 40분 최 씨를 태운 구치소 호송버스가 법원에 도착하자 AP통신, NHK 등 외신도 호송차량을 카메라로 찍으며 열띤 취재 경쟁을 했다. 일반인 방청석에는 공개 응모에서 당첨된 후지TV, TV아사히 등 일본 취재진 6명도 있었다.

신동진 shine@donga.com·김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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