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홍 스포츠부 차장
몇 년 전 보았던 무명 복서의 경기와 패배의 아픔이 수용되는 방식은 우리의 일상적인 모습과 비슷해 보였다. 주목받지 못하는 대다수의 삶 속에서도 각자의 작은 목표들을 향한 분투는 뜨겁다. 그러나 개개인 삶의 세세한 내용까지 들여다보지 않는 세인들의 무관심 속에서 실패 혹은 좌절의 고통은 자주 개인 또는 가족들만의 몫이었다. 그것은 고립된 풍경이었다.
그러나 최근 촛불 현상은 개인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필요했을 뿐, 개인들의 거대한 연대가 가능하고 그 연대는 그대로 거대한 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분노가 그들을 묶기 시작했지만 이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희망도 그들을 움직이고 있다. 촛불은 희망의 연대이기도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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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는 사적인 관계가 판정 및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정하다고 여겨져 왔다. 우리는 선수와 심판의 친분관계가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사적인 관계와 공적인 과정의 엄격한 분리야말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공정성의 핵심이다.
박근혜 정권은 ‘스포츠 4대악 척결’을 명분으로 내세워 스포츠단체들을 압박했다. 스포츠 4대악이란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성)폭력’ ‘조직 사유화’ ‘입시 비리’ 등이었다. 이 중 정유라는 편파판정 의혹 및 입시 비리 등에 연루됐다.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과 입시 비리는 스포츠의 핵심 가치인 경쟁의 공정성을 훼손한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척결해야 할 내용들이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개혁 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정유라는 경쟁은 회피하면서 지나치게 승리의 달콤함만을 취하려 했다. 현대 사회의 스포츠가 지닌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 중 하나가 승자독식 시스템이다. 승자에게만 지나친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승자만이 모든 것을 차지할 경우 선수들은 오직 승리만을 추구하게 되고 정글 같은 무한 경쟁 속에 편법이 등장하게 된다. 이것은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스포츠 선수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우하는가의 문제도 이런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 국가가 선수를 승리만을 위한 도구로 쓰고자 할 때 선수가 아닌 인간적인 비극이 싹튼다. 승리 지상주의와 승자독식 현상을 줄이기 위해 패자에 대한 관심과 보상을 늘리고 선수들의 전인적 교육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이 스포츠 개혁의 큰 방향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됐을 때 활력과 팀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의 긍정적 에너지를 지성적인 교육과 조화시키고자 하는 오래된 꿈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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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홍 스포츠부 차장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