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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진단/이석연]대통령 탄핵심판의 쟁점과 전망

입력 | 2016-12-13 03:00:00


이석연 헌법포럼 대표·전 법제처장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심판이 시작됐다. 탄핵 사유에는 10여 개에 이르는 헌법 위반과 뇌물죄, 직권남용죄, 강요죄 등의 법률 위반이 포함되어 있다. 헌법 절차에 의한 대통령 권한 정지는 헌정 중단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정상적인 헌정 운용은 아니다. 이에 탄핵심판에서 제기되는 헌법적 쟁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과연 헌법상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가, 헌재의 탄핵심판이 정지될 수도 있는가, 탄핵심판 절차는 일반 형사절차와 같은가, 탄핵 여부 결정까지 얼마나 소요되는가, 대통령 권한대행의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등이다.

고도의 정치적 재판

 헌법은 정치 세력 간의 타협의 산물로서 어느 면에서는 정치 규범이다. 헌법의 해석, 적용을 핵심으로 하는 헌법재판 역시 정치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 법적 분쟁을 해결하는 일반 재판과는 구별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가장 정치적 성격을 띠고 있는 헌법재판으로서 국민저항권 행사의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다. 헌법 또는 법률 위배라는 탄핵 사유의 판단에 있어서도 이러한 정치적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

 헌법은 탄핵 사유를 대통령 등이 직무 집행에 있어 헌법 또는 법률을 위배한 때라고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재판에서 탄핵 사유를 구체화하였다. 모든 법 위반이 아닌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법 위반의 경우로 한정하였다. 특히 대통령 직을 유지하는 것이 더 이상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거나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여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한 경우에는 탄핵에 의한 대통령 파면이 정당화된다고 하였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행위로는 뇌물 수수, 부정부패,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거나 국가 조직을 이용하여 국민을 탄압하는 행위 등을 적시하고 있다. 국회의 소추의결서에 적시된 박 대통령에 대한 헌법 위반 또는 법률 위반의 탄핵 사유는 이와 같은 헌재의 판례에 따라 충분히 판단 가능하다.

“헌법 수호위해 신속결정 마땅”

 그러면 대통령의 법 위반은 어느 정도 입증되어야 하는가. 대통령에 대한 범죄 행위가 확정되어야 탄핵이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으나 이는 탄핵 제도의 취지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그런 해석대로라면 대통령 탄핵은 내란, 외환죄 외에는 불가능하다는 자가당착에 빠진다.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 외환죄가 아니면 재직 중에는 재판에 회부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법 위반은 검찰 등 형사사법 당국이 확인하는 정도로 충분하다. 이는 헌재의 견해다. 같은 맥락에서 탄핵심판 절차를 정지할 수도 있다는 헌재법 규정은 설사 대통령이 공범으로 적시된 형사소송이 진행되고 있더라도 내란, 외환죄가 아닌 한 적용되지 않는다.

 탄핵심판은 구두 변론에 의하고 형사소송 절차가 준용된다는 법 규정을 들어 그 심리에서 형사재판처럼 많은 시일을 요한다는 견해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성격의 탄핵재판을 일반 재판과 같은 반열에서 논할 수는 없다. 헌재법이 헌법재판의 본질에 반하지 아니하는 한도에서만 일반 형사소송 절차를 준용하도록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헌재는 대통령의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불응 시 재차 요구하고 다시 정한 기일에도 출석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출석 없이 선고할 수 있다. 선고 기간에 관해서 현재법에 규정된 180일은 훈시 규정이기 때문에 이보다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일면 그럴듯한 주장이다. 그렇지만 대통령 탄핵 제도의 의미는 적나라한 사실과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정치 현실을 헌법의 테두리로 끌어들여 신속히 판단함으로써 헌법 수호의 기능을 하는 데 있다. 화급한 국가 중대사를 헌재가 소송법적 시각으로 사건을 다루면서 시간을 끄는 것은 헌재 스스로 그 존재 의의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필자의 헌법재판 실무 경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사례, 헌재의 역량 등으로 보건대 이 사건 역시 2∼3개월이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탄핵심판 진행 중에 대통령이 사임할 수 있느냐도 주요 쟁점이다. 국회법상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면 임명권자는 피소추자의 사임이나 퇴직을 허가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탄핵제도의 면탈 내지 무력화를 막기 위한 장치이다. 하지만 대통령의 경우 임명권자는 국민이다. 국민의 절대 다수가 퇴진을 바라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임이 가능하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권한대행, 국회와 협의 필요

 아울러 권한대행자인 국무총리의 대통령 직무 범위는 헌법 규정에 의한 권한 행사이므로 대통령의 권한 전반에 미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권한대행은 임시적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현상유지적 관리 행위에 한한다고 보아야 한다. 다만 국가 안위 등 긴박한 국정 현안은 국회와 협의하여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도 헌재가 탄핵심판을 조속히 심리하고 종결해야 하는 당위성이 도출된다.

이석연 헌법포럼 대표·전 법제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