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러슨 CEO에 국무장관 제의
렉스 틸러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0일 엑손모빌 렉스 틸러슨 최고경영자(CEO·64)에게 국무장관직을 제의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자신과 같은 사업가 출신으로 경영능력을 외교에도 접목할 수 있는 점을 주목했다는 것이다. 전직 엑손모빌 임원인 수잰 멀로니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위원도 이날 트위터에 “천문학적 돈이 들어가는 대형 석유사업을 해 온 사람은 사업 대상 국가의 정치역학 구도에 깊은 이해를 갖고 있다”고 올렸다.
하지만 그의 경영 능력과는 별개로 미국 대외정책을 총괄하는 서열(대통령, 부통령, 하원의장, 국무장관 순)의 네 번째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를 놓고 논란이 인다. 석유사업을 하면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엑손모빌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 등과 다양한 합작사업을 해왔고, 틸러슨은 ‘17년 인연’을 맺고 있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서 2013년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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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틸러슨의 경력은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트럼프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에 여전히 부정적인 공화당 내 상당수 인사는 날을 세우고 있어 상원 인준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공직자로서 이해상충 문제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엑손모빌은 세계 50여 개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틸러슨은 엑손모빌 주식을 1억5100만 달러(약 1745억 원)어치나 갖고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국무장관의 직무와 이런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부닥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줄곧 엑손모빌에 근무한 틸러슨이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한 기록은 별로 없다. 틸러슨은 2009년 워싱턴 ‘이코노믹클럽’ 연설에서 “우리의 최대 희망은 세계 에너지 및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기술의 힘과 자유 시장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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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