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씨는 스크린골프의 진화를 학수고대한다. 가상현실(VR) 헤드셋을 착용하면 눈앞에 필드가 펼쳐지고, 간단한 장비를 몸에 붙이고 스윙하면 그립감이나 타격감을 고스란히 느낄 날이 올 것이라 믿는다.
이 씨의 희망이 이뤄질 날도 머지않았다. 스포츠 분야에서도 본격적으로 제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발명으로 시작된 제1차 산업혁명, 대량생산으로 이어진 제2차 산업혁명, 디지털 기술과 함께 시작된 제3차 혁명을 잇는 다음 세대 혁명이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 로봇기술, 빅데이터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되면서 나타난다.
광고 로드중
4차 산업혁명을 처음 제시한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은 변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 마치 쓰나미가 몰려오듯이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 그대로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스포츠 분야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선수들의 움직임과 기량, 상대팀의 전술과 전략 등을 모두 담은 빅데이터를 통해 최적의 경기 전략을 도출해 내는 것도 그중 하나다. 모바일과 연동한 스포츠 용품 시장도 커지고 있다. 체온이나 운동량 등을 측정해 스스로 보온 기능을 작동하는 기능 또한 같은 사례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스포츠 콘텐츠에 이 기술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미국프로농구협회(NBA)에서는 가상현실을 활용한 실시간 중계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런 중계가 실제로 도입되면 굳이 경기장에 가지 않더라도 현장에 앉아 있는 느낌을 받으며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스포츠 분야에서 4차 산업 시장의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잠재력이 무한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평가다. 김도균 경희대 스포츠산업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는 상황이다”라며 “기반이 갖춰지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1) 가상현실(VR)을 활용한 4차 산업혁명 움직임이 스포츠 분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에서 한 관람객이 VR 스포츠 장비인 이카루스를 이용해 비행 체험을 하고 있다.(2) 스타필드에서 사람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핸드볼 경기를 하고 있는 관람객. (3) KT가 강원 강릉시 경포해변에 마련한 평창 겨울올림픽 홍보 부스에서 한 관람객이 VR 콘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카루스를 이용하려면 무릎을 살짝 굽히고 팔꿈치를 장비에 댄 상태로 방향을 조정해야 한다. 따로 방향을 조정하는 조이스틱은 없다. 몸 자체가 조이스틱인 셈이다. 가상현실 세계에서는 하늘을 날고 있다. 몸에 힘을 주고 평형을 유지해야 수평 비행이 가능하다. 머리 쪽에 힘을 주면 비행기는 하강한다. 엉덩이를 빼면 비행기는 상승한다. 왼팔에 힘을 주면 비행기는 왼쪽으로 돌고, 오른팔에 힘을 주면 오른쪽으로 돈다.
정경렬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웰니스융합기술개발단 단장은 “10분 정도 이용했는데 손에 땀이 흥건했고, 몸이 뻐근하게 느껴졌다. 진짜 비행하는 것처럼 두렵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정 단장은 “실제 신체 활동을 동반하는 VR 스포츠가 앞으로 상당한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비는 경기 하남시 스타필드에서도 볼 수 있다. 이 장비를 도입한 홍성욱 스포츠몬스터 대표는 “아직까지는 불편한 신체 반응을 비롯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라고 말했다. 3개월간 5만 명이 이 VR스포츠 장비를 이용했는데 실제 체험한 이용자의 25% 정도가 가벼운 멀미와 구토 증세를 느꼈다.
광고 로드중
VR 기술을 활용한 학교 체육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올 6월부터 4개월 동안 가상현실 기술을 적용해 진행한 수업이 대표적이다. 학생들은 학교에 설치된 VR스포츠 교실에서 프리킥, 드로잉 등의 원리를 교육받았다.
ETRI는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VR스포츠 체험 모델을 더 개발하고, 적용 학교도 늘리기로 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