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탄생/박정배 지음/272쪽·1만4000원/세종서적
“검은색 음식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사례는 짜장면 외에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세종서적 제공
음식에 대한 글을 조심해서 읽게 되는 까닭은 그 조언에 더듬어 닿는다. 유명 요리사나 음식 칼럼니스트가 책을 통해 전하는 단언(斷言)은 권위에 대한 방어본능의 기색을 빈번히 드러낸다. ‘이 재료는 이렇게 다루지 않으면 엉터리’라는 식의 호통을 읽으면 그 엉터리 방법을 주방에서 굳이 한번 시도하고 싶어진다.
저자는 여러 방송 프로그램과 문자 매체에 음식 관련 이야기와 글을 소개해 온 칼럼니스트다. 제대로 만든 소금, 올바른 김치, 진짜 설렁탕에 대한 강변이나 호통이 그의 글에는 없다. 개인적 식도락 경험에 의지해 직접 먹고 즐기며 느낀 바만 무던한 어투로 기술했다. 날카롭게 쪼고 쏘는 맛은 없지만 그저 ‘나는 이렇게 먹었어’ 툭 던지는 이야기에 오히려 신뢰가 간다.
설렁탕과 곰탕의 이러쿵저러쿵 연원에 대한 기록도 ‘이것이 진리다’ 판정 없이 죄다 긁어 담아 가벼운 읽을거리로 엮었다. 하긴 연원 따위야. 맛있으면 진리 아닌가.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