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9일 국회가 탄핵안을 처리한 뒤에는 내부적으로라도 대선 경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탄핵 시계’와 함께 ‘대선 시계’가 빨라지면서 여야 대선 주자들은 복잡한 초읽기에 들어가게 됐다.
정치권에서는 줄어든 검증 및 선거운동 기간을 고려하면 여론조사 대선 후보 지지율 1위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일단 조기 대선의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고 본다. 이를 의식한 듯 문 전 대표 측은 조기 대선이란 말 자체를 입에 올리기를 꺼린다. 문 전 대표가 최근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하야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에 “국민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동문서답’을 한 것도 이에 대한 부담감의 방증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 측은 조기 대선을 줄곧 주장해 왔다. 조기 대선으로 국민의당 밖 ‘제4지대’가 활성화될 시간이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이 안 전 대표와 결합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있다. 그렇게 되면 야권은 문 전 대표 대 비문(비문재인)의 대립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여권은 조기 대선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정권을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다. 더욱이 새누리당 김무성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인물난에 허덕인다. 이정현 대표가 ‘모두 합쳐 9%’라고 지적한 수준에도 못 미치는 현실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벼락치기 대선을 정치권이 감당할 수 있겠나”라고 경계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탄핵안 국회 통과 후 헌재의 심판기간 180일을 채운 뒤 60일이 지난 내년 8월에 대선을 치르는 게 최선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의 버팀목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는 게 중론이다. 반 총장이 전날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1월에 귀국한다”고 한 것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다. 반 총장의 측근인 김원수 유엔 사무차장이 최근 입국해 정 원내대표와 나경원 의원 등을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탄핵을 계기로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 진영이 분당 수순에 들어가면 반 총장이 어디를 택할지도 조기 대선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동용 mindy@donga.com·송찬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