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선 승리와 12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에 ‘최순실 사태’로 인한 국정 혼란이 더해지며 기업들의 자금 조달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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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기업은 회사채에 비해 발행이 상대적으로 쉬운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채권 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한 10월 14조7635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전달보다 1조7000억 원가량 CP 발행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나 11월 들어서는 CP 발행마저 위축됐다. 11월 들어 29일까지 기업들이 발행한 CP 규모는 전달보다 2조4000억 원 감소한 12조 원으로 집계됐다.
기업들의 또 다른 자금 조달 창구인 기업공개(IPO)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달 21일 코스닥시장 상장을 준비하던 곡면유리 전문회사인 제이앤티씨는 기업공개를 철회했다.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희망 공모가를 밑도는 수준에서 공모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제이앤티씨 관계자는 “회사의 가치를 적절하게 평가받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상장 시점을 내년으로 연기하겠다”고 밝혔다. 올 들어 증시 상장을 철회한 회사는 모두 5곳으로 호텔롯데를 제외하고는 모두 “수요예측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상장을 연기했다. 10월에는 증권시장의 관심을 모았던 두산밥캣이 수요예측에 실패해 공모가를 낮춰 11월 재상장에 나서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악화된 기업 자금조달 환경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의 국정 혼란이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12월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기 때문이다. 또 트럼프 시대의 미국 경제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 기업 자금조달 시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선주 NH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금리가 높아지고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기관투자가들의 기본적 태도도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기업들이 자금을 조달하기에는 우호적이지 않은 악재들이 산재해 있다”고 말했다.
한정연 기자 pres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