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통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으로 알려진 미국인 타일러 라시가 방송에서 우리의 이력서 문화를 꼬집은 적이 있다. 한국에서 인턴 지원을 했을 때 이력서 사진을 요구해 황당했다는 경험담이다. 미국에서는 취업 과정에서 성별 나이 인종 용모 등에 따른 차별을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지 않는 것이 관행이다.
▷고용절벽에 내몰린 한국의 취업준비생들은 실력과 스펙은 물론이고 입사원서 사진까지 공을 들인다. 외모를 중시하는 풍토에선 사진도 경쟁력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취업포털이 구직자들을 대상으로 ‘이력서 사진이 서류 합격에 영향을 미치는 스펙이라고 생각합니까’라고 물었을 때 10명 중 8명이 “그렇다”고 답한 이유다. 취준생을 겨냥해 사진관들도 ‘촬영보다 보정’을 외치며 헤어와 메이크업을 포함해 10만 원이 넘는 패키지 상품을 내놓고 있다. 본모습을 알기 힘들 만큼 잘 보정된 사진을 붙이는 게 뭔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면접평가에 참여한 경험으로 말하자면 실물과 사진이 달라도 너∼무 다르면 자신감이 부족해 보여서 되레 역효과를 낸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