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코미디계, ‘역사상 가장 위트 있는 대통령’ 퇴임 앞두고 작별 인사
오바마가 올 4월 백악관 출입기자단 만찬회에서 공개한 가상 퇴임 준비 영상은 자학 유머의 정수다. 제2의 삶을 위해 운전면허증을 찾으러 관공서를 방문한 오바마는 자신의 이름을 버락 ‘후세인’ 오바마라고 직원에게 똑똑히 일러주며 이질적인 이름 때문에 공격당했던 과거를 상기시킨다. 직원은 ‘후세인’이라는 이름에 얼굴을 찡그리더니 이내 출생증명서를 요구한다. “이거 진짜예요”라며 오바마가 서류를 건네지만 직원은 믿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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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코미디 사랑은 방송 출연 횟수에서도 확인된다. 2009년 3월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주요 방송사 심야 토크쇼에 출연한 오바마는 그 후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오락성 토크쇼에 20회 이상 출연했다. “대통령답지 않다”는 초기 비판도 반응이 좋자 잠잠해졌다. 선거가 없던 해에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 이 때문에 토크쇼를 정치적 수단으로 삼는 게 아니라 실제로 즐기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후보 시절 3회, 퇴임 후 2회 심야 토크쇼에 출연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퇴임 후 한풀이하듯 CBS 레이트쇼에만 11회나 나오는 등 방송 출연이 잦았다.
오바마는 시청률 보증 수표였다. 2009년 오바마가 출연한 NBC ‘투나이트쇼’ 시청자는 평소 500만 명에서 1280만 명으로 급증했다. 같은 해 CBS ‘레이트쇼’에 출연했을 때도 시청자가 720만 명으로 4년 만에 최고 기록을 보였다.
하지만 코미디계와 트럼프의 동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19일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는 배우 앨릭 볼드윈이 트럼프로 분장해 ‘이슬람국가(IS)’가 뭔지 몰라 구글로 검색해 보는 풍자극을 내보냈다. 트럼프는 즉각 트위터에 “편향되고 하나도 재미없다”는 글을 올렸다. 2013년엔 자신의 아버지를 오랑우탄이라고 비하한 코미디언 빌 마를 직접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볼드윈이 밝힌 것처럼 트럼프가 “자신에 대한 코미디 대본을 직접 쓰는 수석 작가”와 같다는 점은 코미디언들에게 위안거리다. 코미디 친화적이진 않지만 소재만큼은 확실히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NYT 칼럼니스트 이건도 “최고 권위에 대한 농담은 헌법상 보호된다”며 오바마 없는 백악관에도 농담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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