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전 총리는 지금도 두주불사(斗酒不辭)다. 1961년 고시에 합격한 그에게 아버지가 주었다는 3계명이 “남의 돈 받지 마라” “줄 서지 마라” “술 잘 마신다는 소문나지 않게 하라”다. ‘술 마시지 마라’가 아니고, ‘소문나지 않게 하라’인 걸 보면 부친도 주량을 알았던 모양이다. 애주가였지만 박정희 정권 때 37세 전남도지사를 필두로 이명박 정권의 사회통합위원장까지 7개 정권에서 세 번의 장관과 두 번의 서울시장(관선·민선), 두 번의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공직 생활의 하이라이트는 노무현 정권의 대통령권한대행(2004년 3월 12일∼5월 14일). 사실상 대통령 부재 상황에서 너무나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했다. 영국 BBC방송이 ‘미스터 안정(Mr. stability)’으로 표현했을 정도다. 2006년 지지율이 30%를 넘자 그는 이듬해 대통령 선거를 준비했다. 노 대통령은 ‘고건 총리 기용은 실패한 인사’라고 폄훼했고, 결국 중도 하차했다. 관료 출신의 한계였다. “좋은 대통령감이지만 좋은 대통령 후보는 아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박제균 논설위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