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로 가닥 잡힌 정국… 5차 촛불 후 시위 자제 필요 국정혼란에 묻힌 북핵문제 美 일각에서 북핵 동결 위해 ‘현실적 방안’ 제시할 듯 ‘北=핵보유국’ 인정받지 않게 서둘러 대책 세워야 한다
남시욱 객원논설위원 세종대 석좌교수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중대한 잘못을 저지르면 탄핵소추를 받고 법의 심판대에 서야 한다는 의미다. 둘째는 모든 국민에게 부여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대통령에게도 허용된다는 의미다. 청와대 대변인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일방적 주장에 근거한 사상누각’이라면서 “공정치 못하고 정치적 중립도 어겼다”고 맹비난했다. 박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심리 과정에서 그 억울함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헌재의 탄핵심판 기한은 최장 180일이지만 국민은 헌재가 가능한 한 심판을 빨리 끝내주기를 바란다. 2004년 3월 12일 헌정사상 최초의 탄핵소추를 받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2개월여 만인 그해 5월 14일 헌재의 재판이 끝났다. 이런 선례에 따라 헌재의 최대한 빠른 심의가 요구된다.
온 나라가 ‘최순실 늪’에 빠져 있는 동안 외교 내정 모든 분야의 국정은 계속 망가지고 있다. 그중에도 가장 화급한 과제는 절체절명의 북핵 문제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관해 종잡기 어려운 말을 해서 도대체 참된 의도가 무엇인지 우리 국민을 불안케 했다. 다행히 그의 외교 참모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 마이클 플린은 차기 행정부가 미국의 핵심 동맹인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북핵 문제를 정책의 우선순위로 다뤄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미국의 상당수 전문가들은 북핵 해결을 위해 일단 북핵 동결을 당면 목표로 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은 이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중지 내지 북-미 평화협정 체결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제시한다. 이들의 기본적 인식에는 북한이 자국의 안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기 때문에 미국이 북한 안보를 보장하면 해결의 길이 열린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이는 북한이 미군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핵개발을 했다는 평양 측 주장을 결과적으로 인정하는 셈이다. 또 국내 종북세력이 과거 노무현 대통령처럼 북한의 핵 개발이 자위를 위한 조치라고 옹호하는 것과 맥을 같이한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나선 것은 남북 간 체제경쟁에서 패배하자 경제력 격차에서 비롯되는 재래식 군사력 열세를 일거에 만회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우리는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제 자칫하면 핵과 미사일을 무기로 한반도에서 미군을 내보내고 베트남식 통일을 꾀하려는 북한이 중국의 비호 아래 파키스탄처럼 핵보유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가 됐다. 그렇게 되면 국제 핵무기 비확산 체제의 우등생인 대한민국은 꼼짝없이 동맹국의 핵우산 아래서 북핵 위협으로 불안해하는 이상한 군사적 불평등 구조가 기정사실화될 판이다. 유엔은 중국의 비협력으로 9월의 5차 북핵 실험에 대한 제재 방안을 두 달 넘도록 마련하지 못하다가 내주에야 타결안을 마련할 것 같다.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혼란에 빠진 사이에 북핵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똑딱똑딱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하고 서둘러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남시욱 객원논설위원 세종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