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작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 연루된 혐의로 어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삼성은 최순실 씨를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청와대는 그 대가로 삼성물산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공단을 움직여 삼성 합병을 지원토록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문 이사장은 검찰 포토라인에서 “(보건복지부 장관 재직 당시의) 삼성 합병 과정에서 삼성과 따로 얘기한 적도 없었고, 청와대 지시도 없었고, 국민연금에 어떤 의도를 갖고 전화를 한 적도 없었다”고 부인했다.
작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밝힌 합병 계획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반대에 부닥쳤을 때 국민연금공단은 전문가그룹인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듣지 않고 투자위원회의 결정만으로 그해 7월 10일 합병에 찬성했다. 이후 7월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했고, 삼성이 9∼10월 최순실 씨가 독일에 세운 코레스포츠에 35억 원을 지원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이다.
삼성에 대한 의혹 중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기준에 따른 결정이다. 삼성이 합병에 이르게 된 데는 헤지펀드에 국익을 내줄 수 없다는 주주들의 지지 여론이 반영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은 삼성이 다른 재벌들과는 달리 미르·K스포츠재단에 지원한 출연금 외에 추가로 최 씨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최 씨에게 돈을 건넨 것은 대가에 대한 사례이거나 대가를 기대한 성격이라고 보고 뇌물 공여 혐의로 수사망을 조여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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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사퇴하라'는 요구를 받는 등 마찰을 빚었다. 국민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이 권력에 따라 춤추다 부실해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가 고령화시대의 재앙이 될 수 있다. 이번 검찰 수사에서 어떤 결론이 나든 재벌과 정권의 유착관계를 끊는 동시에 국민연금 운용체계를 전면 개혁하는 작업으로 이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