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 여행 감소 추세에 돌파구
한국관광공사가 13∼16일 나흘간 주최한 ‘공연관광 트래블마트’에서 중국 일본 홍콩 등 해외 관광업계 관계자들이 한국 공연 상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관광공사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한국 공연의 매력을 알려 쇼핑 관광의 대체재로 떠오르는 공연 관광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관광업계는 지금이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할 적기라고 지적한다. 지난달 중국 국가 여유국이 ‘불합리한 저가관광’ 단속 지침을 내놨기 때문이다. 중국 관광객을 겨냥한 저가 패키지 상품을 주로 판매하던 한국 관광업계로선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 현지 여행사 관계자는 “국가에서 저가 관광 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면세점만 돌아다니는 상품은 2, 3년 내에 사라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올 들어 10월까지 공연을 관람한 외국인은 약 230만 명으로 전체 방한 외국인의 약 16% 수준이다. 공연 관광 콘텐츠도 꾸준히 늘고 있다. 1997년 뮤지컬 퍼포먼스 ‘난타’가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을 시작으로 현재 10여 편의 공연이 공연관광협회의 관광 상품으로 등록돼 있다. 정부는 이 중 경쟁력 있는 작품을 적극 홍보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을 계획이다.
선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경쟁이 치열해진 면세점 업계가 쇼핑을 하면 공짜로 공연을 보여주겠다며 ‘끼워 팔기’ 마케팅을 벌이는 게 대표적이다. 대규모 상설공연장을 갖춘 대형 공연사들이 박리다매로 입장권을 넘기면서 시장질서가 흔들렸다. 수익이 줄어든 중소 공연사는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 수 없게 되고 공연의 질도 하락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시장을 교란시킨 공연 업체에는 해외 마케팅 지원을 하지 않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내년 초 시행할 계획이다. 하지만 간접적인 대응책이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연 상품이 대부분 처음부터 외국인을 겨냥해 만들어져 수준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다. 국내시장에서 검증을 받고 성장한 공연이 아니기 때문이다. 행동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넌버벌 공연이 아니면 외국인 관람객을 끌어들이기 힘들다는 한계 때문에 다양한 콘텐츠가 나오지 못한다는 점도 풀어야 할 숙제다. 미국의 브로드웨이나 영국의 웨스트엔드처럼 공연장이 한데 모여 있지 않다는 점도 대안을 내놔야 할 과제다.
단체 패키지 형태의 양적 관광 중심에서 공연 관광으로 방향을 바꾸기 위해 정부도 첫발을 내디뎠다. 한국관광공사는 13∼16일 나흘간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베트남 등 5개국의 여행사 관계자와 언론인 등 55명을 초청해 ‘트래블마트’를 열었다. 한국 공연 상품을 소개하고 직접 관람하게 해 자국으로 돌아간 이들이 한국 공연 관광 상품을 제작·소개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국 장시(江西) 성에서 온 여행사 관계자 주샤오후이(朱曉暉·41) 씨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은 젊은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한국의 공연 상품이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광공사는 “이번 행사를 시작으로 지속적인 트래블마트를 열어 공연이 외국인들의 한국 방문의 주요 동기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