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이 세 개로 보이는 환일 현상.
모두 24곡으로 구성된 이 가곡집의 끝에서 두 번째 곡은 ‘세 개의 태양’(원제목 Ne-bensonnen·곁태양)입니다. 시인 빌헬름 뮐러가 쓴 가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너희는 내 태양이 아니다!/예전에는 나도 태양이 세 개였다/하지만 그중 두 좋은 태양이 지고 말았다/세 번째 태양만 나를 따라다닌다면/차라리 어두운 게 낫겠다.’
사랑을 잃고 실의에 잠긴 시인은 방랑하다가 하늘에 태양이 세 개나 동시에 떠 있는 것을 봅니다. 그러고는 탄식하는 내용이 위의 노래입니다. 그가 말하는 ‘지고 만 두 태양’은 무엇일까요. 그와 사랑을 나누었던 연인, 그리고 앞날에 대한 희망을 말한 것이겠죠. 그런데 왜 다시 하늘에 떠 있는 세 개의 태양을 본 것일까요?
어느 해보다도 사방이 부옇고 전망이 불투명한 연말입니다. 더 나은 미래로 나를 인도할 진짜 태양은 어디에 떠 있는지 혼란스러운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곁태양’은 진짜 태양이 지평선 위로 뜨면 사라져 버립니다. 혼란스러울수록 중심을 잘 잡고 새해의 설계를 잘해야 되겠습니다.
올해도 연말을 맞아 곳곳에서 ‘겨울 나그네’ 공연이 이어집니다. 오늘(22일)은 독일 바리톤 마티아스 괴르네가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24일에는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서 ‘겨울 나그네’를 노래합니다. 12월 2일에는 통영국제음악당 콘서트홀에서 바리톤 토마스 바워가 옛 음악 연주의 명인 요스 판 이메르세일의 피아노 반주로 이 가곡집을 노래합니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