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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판 커버스토리]동네서점의 부활

입력 | 2016-11-19 03:00:00

노홍철 최인아 유희경 요조… “우리도 책방 주인”




 

《 최근 1, 2년 사이 전국 곳곳에 작은 동네서점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침에 주문하면 저녁에 집으로 책이 배달되는 시대에 왜 동네서점은 늘고 있을까. 온라인 서점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면서 이에 대한 사회·문화적 반작용으로 아날로그 감수성을 간직한 동네서점 수요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커버스토리에서는 국내 서점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동네서점 창업 현상과 전국 곳곳의 소문난 이색 서점들을 소개한다. 》
 

주인의 색깔이 묻어나는 ‘동네서점’ 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노원구 공릉동에 위치한 서점 ‘51page’의 김종원 대표(위쪽 사진)는 동네 주민들이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책방을 꿈꾸며 주택가에 서점을 열었다. 서울 강남구에 자리한 ‘최인아 책방’의 최인아 대표는 창의성, 글쓰기, 역사 등 관심 있는 주제의 책을 골라 서가에 진열한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서울 노원구의 한 주택가 골목 끝 건물 2층에는 ‘51page’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7년간 회사원으로 일했던 김종원 씨(36)가 올해 8월 문을 연 작은 서점이다. 마주 보고 앉아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소파,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1인용 테이블과 의자 8개가 마련돼 있는 서점 내부는 작지만 알차 보였다.

 서점을 찾은 지난달 18일 오후 1시경에도 네 명의 손님이 책을 읽거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경춘선 숲길 풍경이 보이는 창가에 자리를 잡은 이지현 씨(26·여)는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다 간판을 보고 들어왔다”며 “그동안 대형 서점만 이용했는데 동네에 분위기 있는 서점이 생겨서 좋다”며 주문한 맥주로 목을 축였다.



낭만을 장악한 동네서점


 2000년대 이후 오프라인 서점은 출판시장의 불황과 가격 파괴를 앞세운 온라인 서점의 등장으로 입지가 점점 줄어들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에 따르면 1996년 5378개로 정점을 찍은 전국의 서점 수는 20년 새 70% 이상 감소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2014년부터 시행된 도서정가제와 30, 40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개성 있는 동네서점 창업 분위기가 국내 서점계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취향이 비슷한 책방 주인과 소통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이 동네서점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동네서점들은 대형 서점과 온라인 서점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친밀함과 톡톡 튀는 개성으로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소설, 여행, 그림책, 중고서적 등 장르별 특화 서점을 내세우는 곳도 있고 커피나 맥주를 마시면서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북카페나 책바(bar) 형태로 운영하는 곳도 많다. 방송인 노홍철과 가수 요조, 시인 유희경 등 유명인이 작은 서점을 잇달아 연 것도 동네서점 확산에 힘이 됐다. 전국 18곳의 동네 서점들을 다닌 뒤 ‘작고 아름다운 동네 책방 이야기’라는 책을 펴낸 이충열 씨는 “대형 서점은 시장을 장악했지만 동네서점은 사람들의 낭만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북바이북’은 최근 뜨고 있는 동네서점의 시초 같은 곳이다. 정보기술(IT) 회사에서 각각 11년, 4년 근무하다 나온 김진아(40) 김진양 씨 자매가 2013년 열었다. 지하 공간에서는 수시로 저자 강연과 인디밴드 공연이 열린다. 작가와의 만남 때는 매번 60∼80명의 독자가 찾아온다. 김진아 씨는 “서점에서 맥주를 파는 것이 의아할 수도 있지만 맥주는 서점을 더욱 친근하게 만들어 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책 이야기를 안주 삼은 손님들의 이야기꽃이 서점에서 매일 피어난다”고 말했다.

 제일기획에서 부사장까지 지낸 최인아 씨(55)가 두 달 전 임차료가 비싼 서울 강남구에 자신의 이름은 단 ‘최인아 책방’을 낸 것도 동네서점 창업의 인기를 보여준다. 최 씨는 “아는 것이 힘이 아닌 생각하는 것이 힘이 된 시대에, 고민을 잠시 내려놓고 삶의 여유를 찾는 장소가 서점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동네서점들은 공간이 좁아 많은 책을 가져다 놓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주인의 개성을 살려 특정 분야의 책을 잘 골라 놓는 ‘큐레이션’ 역할이 중요하다. 최인아 책방에는 그 흔한 베스트셀러 코너 대신에 ‘요즘 재미가 부족한 그대에게’ ‘쟁이들은 어떤 책을 사랑하는가’ 등의 눈길 가는 제목이 적힌 팻말이 세워져 있다. 팻말 아래에는 출판된 지 수년이 지난 책들이 진열돼 있다.



“책 한 권은 꼭 사가세요”


 동네서점들이 주목받으면서 전국의 개성 있는 작은 서점을 소개하는 플랫폼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 한국서점조합연합회는 최근 지역 서점 포털 사이트인 ‘서점ON’(www.booktown.or.kr)을 열었다. 퍼니플랜과 땡스북스는 ‘동네서점’(eDongne.net)을 운영하면서 동네서점 지도 앱을 통해 전국의 주목할 만한 서점을 알리고 있다.

 하지만 동네서점을 운영하는 이들의 공통된 고민거리가 있다. 과연 지금 운영하는 서점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최인아 씨는 “작은 서점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아직 ‘조용한 카페’ 또는 ‘도서관’ 정도에 머물러 있어 많은 사람이 커피만 마시고 가거나 몇 시간 동안 책을 읽고 그냥 가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충북 괴산의 ‘숲속 작은 책방’의 주인 백창화 씨와 김병록 씨는 이러한 문제로 고민하다가 한때 대문에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환영합니다. 그러나 책 한 권은 꼭 사 가셔야 해요’라는 안내판을 내걸기도 했다. 동네서점이 기울어져 가는 출판산업의 한 줄기 희망이라고 많은 사람이 이야기하는 만큼 살아남을 수 있도록 고객들이 도와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

 전문가들은 동네서점 창업 분위기를 이어가려면 서점 경영자들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양한 수익 창출 방안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오랫동안 지속해온 동네서점들을 보면 지역 기반의 커뮤니티 역할을 잘하고 있거나 특정 주제에 있어서는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등 자신만의 장점을 갖고 있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서점


 출판계 불황 속에서도 전국 각지에 지점을 내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일본의 쓰타야 서점은 참고할 만한 성공 사례다.

 국민들의 책 읽기가 생활화돼 ‘출판대국’으로 불렸던 일본도 스마트폰 보급이 늘고 여가 활동이 다양해지면서 서점들이 위기를 맞았다. 쓰타야 서점의 창업주인 마스다 무네아키(增田宗昭) 컬처컨비니언스클럽 최고경영자는 2011년 ‘라이프스타일을 팔자’는 모토로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노년층이 즐길 공간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서점을 창업했다.

 쓰타야 서점의 내부는 전통적인 서점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이탈리아 요리책 판매대 옆에서 와인과 유기농 파스타를 팔고 있고, 캠핑 책과 캠핑용품을 한곳에 모아 두기도 했다. 여행서적 코너에서는 항공권을 예약할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춰 놨다. 그의 뜻대로 다이칸야마 쓰타야는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으로 소문나며 유행에 민감한 이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일본에서는 기존의 정형화된 서점 대신 신사업과 결합한 서점의 진화가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책을 읽다가 잠들 수 있는 ‘북앤드베드’라는 새로운 개념의 호텔 겸 서점이 지난해 도쿄에 생겨 화제가 됐다. 이 호텔은 연일 만실이다. 세계의 요리책과 조리시설을 함께 갖춘 요리 전문 서점도 인기를 끌고 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도쿄=장원재 특파원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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