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장기화와 기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소득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민들은 술과 담배, 경조사비까지 줄일 정도로 살림살이가 팍팍해졌다.
통계청이 18일 내놓은 '2016년 3분기(7~9월) 가계동향'에 따르면 소득 최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141만6000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줄어들었다. 반면 최상위 20%(5분위) 소득은 854만5000원으로 2.4% 늘었다.
소득 양극화를 나타내는 '5분위 배율' 역시 4.46에서 4.81로 커졌다. 5분위 배율은 최상위 20% 소득을 최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것으로 배율이 커질수록 양극화가 심해졌다는 의미다. 김보경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인구 고령화로 근로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늘고 있고, 경기침체로 일용직 등 저소득층의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소득에서 비소비성 지출(세금·사회보장분담금·이자비용)을 뺀 가처분소득은 360만7000원으로 1년 전보다 0.7% 증가하는 데 머물렀다. 특히 저금리 기조로 이자소득 등이 줄면서 재산소득(―31.9%)은 급감했다.
소득이 늘지 않고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심리도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3분기 식료품·비주류음료(―3.2%) 주류·담배(―1.1%) 등의 지출이 모두 줄었다. 특히 경조사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구 간 이전지출'은 5.1%나 감소했다.
가처분소득을 얼마나 소비했는지를 보여주는 '평균소비성향'은 71.5%로 1년 전과 같았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3분기 기준으로 가장 낮은 것이다. 다만 올 여름 폭염의 영향으로 에어컨 구입이 늘면서 가전 및 가정용기기 지출은 1년 전보다 48.6% 급증했다. 전기요금 등 주거용 연료비도 4.9% 증가했다.
소득보다 소비가 더 줄면서 가계의 '불황형 흑자'도 계속됐다. 가처분소득 대비 흑자액을 나타내는 '흑자율'은 28.5%로 1년 전과 같았다. 하지만 월평균 가계 흑자액은 지난해보다 0.7% 늘어난 102만8000원으로 역대 최대치였다.
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