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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주펑]트럼프는 ‘新실용주의 외교’로 간다

입력 | 2016-11-18 03:00:00

세계가 주목하는 트럼프… 中은 美 영향력 감소를 기대
그러나 美는 무역관계 조정과 동맹국의 책임 가중 통해 자국 패권과 이익 추구할 전망
北에는 더 강경한 태도 보일 듯… 中 영향력 확대는 막지 못해




주펑(朱鋒)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

 아무런 정치 경력이 없으면서 거침없이 말하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을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트럼프의 ‘신(新)고립주의’ 외교 노선이나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나 중국 언론은 비교적 평온하고 낙관적인 태도로 보고 있다.

 많은 중국 전문가는 트럼프가 취임 후 내치에 치중하게 되면 중국 굴기(굴起) 과정에서 미국의 압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사업가인 트럼프가 미국 우월감 등을 드러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이런 전망들은 중미 간에 갈등을 빚는 문제에서 양측이 보다 쉽게 합의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트럼프가 신고립주의로 갈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선거 과정에서 미국이 동맹국을 보호하는 책임을 줄이고 일본 한국 등 동맹국의 미군 주둔 비용 분담을 늘리겠다는 발언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실제로 모두 정책으로 옮겨지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미국은 트럼프 시대에도 지속적으로 ‘단극 패권 전략’을 지속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전략의 핵심은 글로벌 군사동맹 체계를 유지하고 동맹관계에 의지해 미국의 주도권과 전략적 우위를 지키는 것이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1919년 베르사유 회의 이후 고립주의로 돌아선 적이 있었다. 이는 1차 대전 후 국제 체계 구축 과정에서 자국이 배제된 데 따른 좌절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미국은 지금 국제질서 구축과 규칙 운용에서 모두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트럼프는 앞으로 미국의 민주적 가치를 널리 전파한다는 이유로 전 지구적 문제에 개입해 책임을 지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는 이 같은 외교 정책에서 미국만 손해 봤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에서 백인 유권자들의 불만과 미국 주류 보수층의 반감이 드러난 것도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이 중동에서 6억 달러를 썼는데 이는 미국 내 낡은 도로, 교량, 터널, 공항을 다시 짓기에 충분한 돈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트럼프 시대 외교는 신고립주의가 아니라 신실용주의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방향은 아래 몇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폐기하지만 대외무역과 금융체계 등에서 미국의 시장원칙과 표준을 강조해 미국에 유리하도록 조정하는 것이다. 트럼프 정부가 세계화를 취소할 수는 없지만 미국식 재(再)세계화를 도모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는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며 무역전쟁을 공언했지만 그대로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 대신 중국에 대해 시장개방 확대, 국영기업 특권 축소, 중국 정부보조금 축소라는 압박 카드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는 군비를 증강해 러시아와 중국이 군비경쟁에 들어오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다.

 셋째는 중동과 유럽 문제에서 러시아와 협력해 새로운 유럽 판도를 만들고 동시에 중동에 대한 외교적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갈 것이다.

 넷째는 아시아태평양 및 유럽에서 동맹국의 책임을 높일 것이다. 아시아 재균형이라는 말은 쓰지 않더라도 실질적인 전략은 승계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집권 이후 중국은 훨씬 경쟁력이 커진 미국 선수를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는 김정은을 워싱턴에 초청해 햄버거 회담을 갖겠다고 했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더욱 강경해질 수 있다. 이럴 경우 중국의 한반도 정책은 한층 난처해질 수 있다. 비록 트럼프가 중국과 전면 대항하는 정책을 취하지는 않더라도 무역 압력, 적대적인 화폐정책, 지속적인 중국 견제는 중미 관계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볼 수 없게 한다.

 하지만 중국이 대외관계에서 협력과 자율을 강조하고 상대방을 압박하는 듯한 태도를 줄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지역과 국제무대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을 막지 못할 것이다.
 
주펑 난징대 국제관계연구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