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케시 슈클라의 ‘좋은 이민자’
브렉시트 이후 영국 언론은 외국인을 향한 신체, 언어적 폭력을 보도했다. 혹자는 브렉시트의 문제는 단순히 경제적, 정치적 논리가 아닌 이민자와 영국인 사이의 갈등과 불신으로 야기될 사회 불안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반영하듯 얼마 전 출간된 ‘좋은 이민자’(사진)가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민자 20명이 영국에서 겪은 경험을 엮은 에세이로, 코스타상 후보에도 오른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니케시 슈클라는 서문에서 기획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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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은 인도, 파키스탄, 중국, 나이지리아 등 다양한 출신 배경을 지녔지만 영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거나 인생의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냈다. 이들은 사실상 영국인으로 자랐지만 많은 편견과 불평등에 시달렸다고 털어놓는다.
‘칭총’(아시아인을 지칭하는 속어)이라고 놀리는 아이들과 싸우면 “당신의 아이는 분노를 조절하지 못한다”라고 비난하던 교사, 단지 인도인처럼 생겼다는 이유로 영어를 모국어처럼 잘하는 이에게 무슨 말을 하든 ‘나마스테’(힌디어로 안녕하세요)로 답하던 사람들, 영국인보다 더 영국인다운 발음과 억양을 지녔지만 언제나 ‘매 맞고, 소극적인’ 이민 가정의 부인 역할만 주어진 배우 등의 이야기가 담겼다. 이민자들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멜팅폿(melting pot·용광로)의 이미지를 지닌 영국을 무색하게 하는 회고담이 이어진다.
혹자는 1980, 90년대의 일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해 이민자로는 처음으로 브리티시 베이크 오프에서 우승했던 나디아 후세인은 “우승 후 많은 이가 나를 이민자의 자랑이라고 치켜세웠지만, 그 이전에도 그리고 이후에도 끊임없이 소소한 인종 차별을 느낀다”고 했다.
이 책을 향한 뜨거운 반응도 인종 차별이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걸 보여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회 평등에 앞장서 온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은 이 작품을 ‘꼭 읽어야만 하는 중요한 책’이라며 출간을 위해 5000파운드(약 715만 원)를 기부했다. 실제 이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고 감동을 받았다고 밝힌 많은 독자가 기득권층인 백인 영국인이라는 점도 흥미롭다.
런던=안주현 통신원 jahn8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