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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農상생’ 모델로 뜬 공군 제17전투비행단

입력 | 2016-11-07 03:00:00

후문 주차장에 매주 ‘금요장터’ 개설… 농특산물 등 로컬푸드 직거래
부대원 가족-주민들에 호평




진광수 제17전투비행단장(가운데)이 4일 오후 부대 후문에 마련된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방금 밭에서 거둔 신선한 각종 농특산물을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거기에다 농민들의 따뜻한 정(情)은 덤으로 얻을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지요.”

 4일 오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내수읍에 있는 공군 제17전투비행단(단장 진광수 준장) 후문 주차장. 차량 대신 주차장을 차지한 10여 개의 천막마다 부대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각종 농특산물을 구입하려는 이 부대 소속 장교와 부사관, 그 가족들로 북적였다.

 시골 마을의 5일장을 연상케 하는 이날 장터는 매주 금요일에 열리는 ‘천성 금요장터’다. 9월 9일 처음 개장한 이 장터는 17전투비행단의 유경진 복지대대장(중령)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유 중령은 “부대 장병들과 군(軍) 가족이 신선한 친환경 음식 재료를 싸고 편리하게 살 수 있는 방안을 찾다가 군과 지역 농민이 상생(相生)할 수 있는 로컬푸드(지역에서 재배되고 가공된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부대 측의 이 같은 의견을 전달받은 청주시 농특산물 직거래 청원구 협의회도 적극 응했다. 17전투비행단은 부대 장병들과 군 가족은 물론 인근 마산리와 내수리 등에 사는 주민들과 부대 옆을 오가는 운전자들도 이용할 수 있도록 부대 후문에 장터를 마련했다.

 부대원 가족인 임영지 씨(43·주부)는 “평소에 찬거리를 구입하려면 차를 타고 멀리 떨어진 대형 마트에 가야 하는데 금요일에는 가까운 곳에서 장터가 열려 시간 절약은 물론 질 좋은 농산물을 시중보다 20∼30% 싸게 살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17전투비행단에는 750여 홀몸가구 등 모두 150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육해공군 가운데 군부대에서 이같이 정기적으로 ‘로컬푸드 직거래 장터’를 열고 있는 곳은 이 부대가 처음이다.

 현재 이 금요장터에는 장이 설 때마다 최대 18농가가 참여해 70여 가지의 각종 농특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청주의 대표 농특산물인 청원생명쌀을 비롯해 사과, 고구마, 아로니아, 꿀, 표고버섯, 와송 등 품목도 다양하다. 또 신세대 주부들을 위해 곧바로 가정에서 먹을 수 있는 반찬과 조리 식품 등도 팔고 있다. 판매하는 농특산물은 당일 오전이나 전날 오후 수확한 신선한 것들이다. 최근식 농특산물직거래 청원구 협의회 사무국장은 “농민들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판로가 생겨 좋다”라며 “앞으로 참여 농가 및 판매 품목을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청주시도 직거래 활성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장터 개장을 위해 천막을 지원하고, 장이 열릴 때마다 담당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필요한 사항을 챙기고 있다. 풍경섭 청주시 청원구 농축산경제과장은 “현재 청주시 산하 4개 구(區)마다 농산물 직거래 장터를 운영하고 있는데 이 중 청원구의 매출이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라며 “17전투비행단이 마련한 장터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점차 매출액이 늘고 있다”라고 말했다. 2014년 7월 1일 기존 청주시와 청원군이 합쳐져 ‘통합 청주시’가 출범된 뒤 청주시는 농업이 주를 이루던 청원 지역을 위해 농촌체험마을, 직거래장터 활성화 등 다양한 농촌 경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장터의 ‘단골손님’인 진광수 제17전투비행단장은 “공군 부대의 특성상 각종 주야간 훈련 때마다 비행 소음이 많이 발생하는데, 불편을 겪는 지역 주민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다”라며 “금요장터 운영을 통해 이런 미안함을 조금이나마 줄이는 것은 물론 지역 농민들에게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제공하고, 군 가족은 신선한 농특산물을 싼값에 살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