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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끝내 못끊은 KS 잔혹사

입력 | 2016-11-03 03:00:00

승부조작 등 최악분위기속 가을야구, 믿었던 나테이박 타선 부진에 발목
4번째 도전서도 2위의 저주 못풀어




 누가 봐도 지극히 평범한 외야 플라이였다.

 지난달 29일 두산과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0-0으로 맞선 연장 11회 NC 마무리 투수 임창민은 두산의 김재호를 중견수 플라이로 손쉽게 아웃 처리하는 듯했다. 하지만 공은 NC 중견수 김성욱의 글러브 대신 그라운드에 떨어졌다. 공이 조명탑의 빛에 숨으면서 김성욱이 타구를 놓친 것. 결국 NC는 두산 오재일에게 한국시리즈 최초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라는 기록을 안기며 1차전을 넘겨줬다.

 김경문 감독으로서는 두산 감독이었던 2009년 플레이오프 3차전의 불운이 ‘데자뷔’처럼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당시 2승을 선점했던 두산은 SK와 연장 10회초까지 1-1로 맞섰지만 정수빈이 조명탑의 빛에 들어간 공을 놓친 뒤 3연패에 빠지며 한국시리즈를 놓쳤다.

 두산의 ‘판타스틱4’(니퍼트-장원준-보우덴-유희관)에 비해 선발진의 무게감이 밀렸던 NC는 결국 1차전 불운 속 패배를 극복하지 못하고 창단 후 첫 한국시리즈를 4연패로 마감했다. 믿었던 ‘나테이박’(나성범-테임즈-이호준-박석민)의 방망이는 4차전이 끝나도록 속을 썩였다. 3일 휴식 후 등판을 반복하며 호투했던 NC의 외국인 투수 스튜어트와 해커의 어깨도 타선의 침묵 속에 더 무거웠다.

“지난해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졌으니 이번에는 꼭 설욕하겠다”던 김 감독의 4번째 한국시리즈 도전은 그렇게 허무하게 끝났고, 김 감독은 여전히 ‘2위의 저주’를 떨쳐내지 못했다. 두산 유니폼을 입고 준우승만 세 차례 했던 김 감독에게는 이보다 잔인할 수 없는 결말이었다.

 올 시즌 96억 원을 들여 박석민을 영입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도전을 선언했던 NC에 올가을은 어느 때보다 굴곡이 많았다. NC는 정규시즌 끝자락부터 이재학의 승부조작 의혹, 테임즈의 음주운전까지 터지며 최악의 분위기 속에서 가을야구를 시작했다. 김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화이트보드에 응원의 메시지를 남길 것을 제안하는 등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주력했다.

 하지만 올해도 김 감독에게 허락된 운은 우승까지는 아니었다. 두산 시절이던 2008년 한국시리즈를 1승 4패로 마치고 난 뒤 8년 만의 한국시리즈에 나섰던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 8연패라는 잔인한 성적표와 함께 또다시 다음을 기약해야 했다. 2014년 준플레이오프 2승 3패, 2015년 플레이오프 1승 3패로 유독 짧았던 가을에 울었던 김 감독은 2016년 한국시리즈 4패라는 상처를 가슴에 남기며 고개를 숙였다.

임보미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