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도심에 7개 자전거고속道… 서울, 74%가 보행자 겸용도로
▲ 출근길 교통체증이 심한 영국 런던 시의 차도 옆으로 자전거를 탄 시민이 전용도로를 달리고 있다. 런던 / 서울=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 전용도로 이용하는 런던 자출족
자전거고속도로는 자전거만 주행할 수 있는 도로다. 경계석을 사이로 차도와 나란히 있다. 이날 자전거고속도로에서는 런던 시민 수십 명이 줄지어 자전거를 타고 있었다. 이들은 모두 출근 중인 직장인들이다. 런던의 ‘자출족’(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헬멧 등 안전장비를 빠짐없이 착용하고 있었다. 눈에 잘 띄는 색깔의 조끼나 옷을 입고 있어 멀리서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이날 기자도 직접 공공자전거를 빌려 행렬에 합류했다. 블랙프라이어스역에서 관광 명소인 엘리자베스타워(빅벤)까지 약 3km 구간을 달렸다. 왼쪽으로 템스 강이 흐르고 멀리 런던의 명물 런던아이(대관람차)와 국회의사당 등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내내 다른 차량이나 보행자 때문에 멈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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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도·인도로 다니는 서울 자출족
▲ 서울 서대문구 통일로에서는 자전거를 탄 시민이 짐을 내리고 있는 화물차량을 아슬아슬하게 피해 달리고 있다. 런던 / 서울=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
이날 은평구 연신내역부터 광화문까지 8km가량을 서울시 공공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달려 봤다. 차량들을 피해 폭이 30cm도 되지 않는 도로 가장자리를 달리는 건 곡예나 다름없었다. 도로 상태도 불량했다. 특히 버스 트럭 등 대형 차량이 접근할 때는 아예 자전거에서 내려야 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등장해도 어김없이 페달을 멈추고 인도로 올라갔다. 서울의 자출족이 인도를 침범하는 이유다.
20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에서 발생하는 자전거 교통사고는 2010년 2847건에서 2015년 4062건으로 크게 늘었다. 자출족 안전이 갈수록 위협받고 있지만 전체 자전거도로 778.8km 가운데 자전거전용도로는 99.5km로 전체의 12%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자전거와 보행자 겸용 도로로 전체의 74%에 이른다. 차도 이용이 어렵다 보니 인도를 나눠 쓰고 있는 것이다. 자출족 지원에도 차이가 크다. 런던 시는 출퇴근 목적의 자전거 구입 때 비용을 지원하거나 세금을 면제해 주지만 서울은 개인 지원이 전혀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자전거도로에 여러 위험 요소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자전거문화 확산을 위한 과도기인 만큼 앞으로 계속 보완하겠다”라고 밝혔다.
런던=강승현 기자 byhu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