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출간 ‘현대철학 사전’ 5권, 11년에 걸쳐 완역한 이신철 박사
‘현대철학 사전’ 1∼5권을 11년에 걸쳐 완역한 이신철 박사. 이 박사는 “이 사전의 의미와 기여를 우리 학계가 잘 인정하지 않는 것 같아 섭섭한 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신철 박사 제공
11년에 걸친 작업 끝에 ‘현대철학 사전’ 1∼5권(도서출판b·사진)을 최근 완역한 이신철 박사(52)의 목소리는 가벼웠다. 그는 일본 고분도(弘文堂) 출판사가 1992∼2000년 낸 ‘칸트사전’ ‘헤겔사전’ ‘맑스사전’ ‘니체사전’ ‘현상학사전’을 거의 혼자 힘으로 모두 우리말로 옮겼다. 5권 합계 3500여 쪽, 원고지로 4만 장에 이르는 양이다.
2009년부터 한국에서 차례로 출간된 이 사전들은 4700여 개의 표제어를 담고 있다. 칸트 헤겔 등의 독일 철학을 전공하는 석·박사 과정 학생들은 연구를 시작할 때 먼저 이 사전에서 주제와 관련된 항목을 찾아보는 게 보통이라고 한다.
이 박사는 “서양 철학을 앞서 수용한 일본의 역량이 단절 없이 축적된 것 같다”며 “대부분의 집필자들이 유학파가 아니라 일본에서 학위를 딴 이들”이라고 말했다.
원래는 헤겔사전만 번역할 계획이었지만 칸트사전까지 하겠다고 이 박사가 욕심을 냈고, 나머지 사전들도 번역이 잘 진척되지 않아 차례로 덜컥 맡게 됐다고 한다. 5권 중 ‘맑스사전’은 ‘수유너머’의 오석철 연구자와 공역했다.
최근 KAIST에서 강의를 시작한 이 박사는 2000∼2009년에는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등에서 한국에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의 ‘인간 중심 철학’ 연구를 도왔다고 했다. 그는 “황장엽 선생은 봉건적 수령 절대주의인 지금의 주체사상과 달리 자신의 철학은 민주주의 사상이라고 강조했다”고 회상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