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복귀후 첫 2박3일 세미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가 기존에 갖고 있는 사업·조직·문화 등의 틀을 깨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며 최고경영자(CEO)들에게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을 주문해왔다. 최 회장이 6월 경기 이천시 설성면 장천리 SKMS연구소에서 열린 확대경영회의에서 발표하는 모습. SK그룹 제공
CEO 세미나는 SK그룹 관계사가 연말에 사업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내년에 실행할 큰 경영 화두를 정하는 행사다. 최 회장은 앞서 올 6월 예정에 없던 ‘확대경영회의’를 열고 CEO들에게 근본적인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CEO 세미나 전까지 최적의 사업·조직·문화를 갖추기 위한 구체적인 변화와 실천 계획을 정하고 실행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각 계열사 CEO들은 최 회장의 ‘숙제’에 상당히 부담을 느끼면서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점심시간 30분 줄여가며 열띤 토론
CEO들은 세미나에 오기 전에 ‘테드(TED·알릴 가치가 있는 아이디어를 18분 안에 강연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 형식으로 변화와 혁신에 대한 구상을 영상으로 촬영해 각사 임직원들과 공유했다. CEO들은 세미나에서 해당 영상을 일부 보여준 뒤 △돈버는 방법 △일하는 방법 △자산 효율화를 어떻게 혁신할지에 대한 구상을 내놓았다. 또 최근 1년간 성과와 아쉬웠던 부분, 보완할 점에 대해서도 발표했다.
○ 근본적 변화 위한 자성 이어져
최근 최 회장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꾼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변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CEO들은 세미나에서 최 회장이 주문한 ‘변화’를 둘러싸고 치열한 자성을 했다. 행사에선 “우리가 그동안 변화를 왜 해야 하는지 목적의식 없이 근무시간, 조직만 바꾸며 ‘변화를 위한 변화’를 해온 것 아니냐” “변화했다고 스스로 위안 삼는데, 정말 변화했다면 글로벌 시장을 넓히거나 성장하는 결과가 나와야 했던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CEO들은 또 “우리가 판을 바꾸고 발상을 전환하기보다는 기존에 해왔던 사업에서 뭔가를 조금 더 한 것을 변화와 성장이라고 착각하는 것은 아니냐”고 반성하며 변화에 대한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최 회장은 세미나에서 CEO들의 발표를 들으면서 간간이 코멘트를 덧붙이고 있다.
SK그룹은 지금까지 매년 10월 말에 CEO 세미나를 연 뒤 12월 중순에 인사를 실시해 왔다. 올해 세미나는 기존에 비해 2주 앞당겨 열린 만큼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대비해 사업계획을 조기에 짜기 위해 인사 시기가 앞당겨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