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
우리는 왜 선제적 예방에는 그렇게도 관심이 없는 걸까. 태풍 ‘차바’와 거의 동시에 발생한 허리케인 ‘매슈’ 대응 사태를 보자. 최빈국 아이티를 강타하고 미국 플로리다를 향하고 있을 때, 미국 정부의 응급대응 조처는 어땠는가. 피해가 나기 전에 주민대피령을 내리고, 주 방위군이 출동했다. 평시에도 홍수보험이나 상습 위험지역에 대한 도시계획 차원의 조처는 물론이다. 재해 예방 투자에 대한 방재경제 개념을 확실히 갖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왜 선제적 예방 활동이 안 되는 걸까. 정부나 정치권은 특별재난지역 선포에 누가 더 공헌(?)을 했는가에만 관심이 있는 듯하다. 물론 정치는 국민의 ‘표’와 절대적인 관계를 가지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우리 국민들도 이제는 정신 차리자. 사후가 아니라 사전 예방 조처에 누가 더 공헌을 하고 있는지를 가려야 한다. 매뉴얼은 개인의 능력에 따라,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장 보편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태풍 내습 시 강풍과 호우만 강조하는 기상청도 공부 좀 더 해야 한다. 재해기상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자신이 없으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구해야 한다. 차바 내습 시의 울산 태화강 홍수는 항만 바깥의 해수면 상승에 의한 만 입구의 막힘 효과가 상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선 아무런 설명이 없다. 경주 지진 대책의 시작은 한반도 지질조사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덜 죽고, 덜 다치는 보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 말이다.
조원철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