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2차 TV토론]악수도 안 나누고 난타전 美언론 “진흙탕 싸움” 비난
음담패설 동영상 파문으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0)와 이번에 끝장을 보려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69)이 9일(현지 시간) 2차 TV토론에서 전례없는 이전투구를 벌였다.
미 대선 역사상 최악의 말싸움에 언론도 혀를 내둘렀다. “이례적으로 어둡고 거친 공방”(워싱턴포스트), “나쁜 손버릇과 성희롱을 놓고 대단히 지저분한 비난전”(뉴욕타임스), “상대방을 초토화하려는 추악한 토론”(CNN) 등 비난 일색이었다.
클린턴은 어이없다는 듯 “트럼프는 선거 기간 내내 여성들을 공격하고 모욕해왔다. 여성들의 얼굴을 거론하고 점수를 매겼다. 이민자와 흑인, 히스패닉, 장애인, 전쟁포로, 무슬림도 겨냥했다”며 공격 전선을 넓혔다.
트럼프는 1차 TV토론에서는 미처 꺼내지 못한 클린턴의 최대 약점 중 하나인 개인 e메일 스캔들을 끄집어냈다. 클린턴이 불법적으로 지운 e메일이 3만3000개라는 수치를 몇 차례나 반복하며 클린턴을 괴롭혔다. 트럼프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일반 국민은 그가 저지른 일의 5분의 1만 해도 인생이 끝장났을 것이다. 클린턴의 마음속에는 엄청난 증오가 있다. 당신은 감옥에 갈 것”이라고 몰아붙였다. 클린턴이 방어에 나서자 트럼프는 여러 차례 “거짓말쟁이” “악마”라고 소리쳤다.
트럼프는 1995년 1조 원의 손실을 신고해 연방소득세를 미납한 의혹에 대해선 “탕감받은 것이다. 세법을 잘 이해하기 때문”이라며 “내가 세법을 악용한다고 클린턴은 비난하는데 그렇다면 상원의원 시절 왜 바꾸지 않았느냐.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 등 (월가의) 당신 친구들이 이득을 얻어 당신에게 거액을 주기 때문 아니었느냐”고 역공했다. 클린턴은 “트럼프는 자신만의 세상에 살고 있다”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1시간 반 내내 날 선 공방을 벌이던 두 후보는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한 가지씩 말해 달라”는 마지막 질문에 처음 웃었다. 클린턴은 “트럼프의 자녀들은 능력이 있고 헌신적이다. 트럼프가 어떤 사람인지 잘 말해준다”고 했고, 트럼프는 “클린턴은 절대 포기하지 않고 중단하지 않는다. 파이터다. 이 부분을 존중한다”며 덕담을 건넸다. 두 사람은 마지막엔 악수하고 헤어졌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한기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