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을 지배하는 무언의 규칙은 여타의 소매업을 지배하는 규칙과 전혀 다르다. 한참 동안이나 매장을 서성거린 후에야 겨우 책 한 권을 산다 해도 직원 중 누구도 개의치 않는다. 서점에서는 얼마든지 죽치고 있을 수가 있는 것이다. 때로는 몇 시간씩이라도 말이다.”(‘노란 불빛의 서점’)
서점이 낭만으로만 기억되는 건 아니다. 1934년 11월부터 1936년 1월까지 런던의 헌책방에서 일한 작가 조지 오웰이 서점 현장을 증언한다. “초판 밝히는 속물들이 문학애호가들보다 훨씬 흔했고 싼 교과서 값을 더 깎으려는 학생들이 더 흔했다. 무가치한 책을 팔려고 오는 사람, 책 살 의향도 없으면서 대량 주문하는 사람, 비싼 책을 골라 꼭 남겨두라 부탁하고 오지 않는 사람….”(‘서점의 추억’)
1968년 국제출판협회(IPA)가 공표한 ‘도서 헌장’에 따르면 “도서는 단순히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상품만은 아니다. 도서는 인간 정신의 표현이며 사고의 매체이며 모든 진보와 문화 발전의 바탕이다.” 이를 다음과 같이 ‘서점 헌장’으로 바꿔 봐도 좋겠다. “서점은 단순히 상품을 파는 매장만은 아니다. 서점은 인간 정신 교류의 장이며 생각의 발전소이며 모든 진보와 문화 발전의 바탕이다.”
표정훈 출판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