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범철 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두 여성이 서로 한 아이의 어머니라고 주장할 때 '저 아이를 반으로 잘라 나눠주라'는 판결을 통해 진짜 어머니를 찾아낸 이야기는 북핵 문제와 관련한 솔로몬의 지혜가 무엇인지를 시사한다. 그것은 어머니의 행보를 예측한 통찰력과 아이를 반으로 자르라는 상식을 깬 발상의 전환이다. 이런 솔로몬의 해법을 따른다면 우리는 북한의 행보를 예측·차단하며, 기존 생각의 틀과 대응 방식을 바꿔야 한다.
북한이 원하는 미래 행보는 무엇인가? 그들이 핵실험과 미사일 실험을 반복하며 국제사회에 강요하는 것은 핵보유국 지위 인정이다. 핵보유국으로서 한반도와 주변문제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에 당당히 서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북한에게 핵보유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나아가 불법적인 핵개발로는 현재의 지위마저 누릴 수 없다는 점을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
솔로몬의 또 다른 지혜인 발상의 전환은 핵문제 해결을 위해 그간 우리가 시도해보지 못했던 방법을 고안해 내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1994년 제네바 합의로부터 2012년 2.29에 이르는 수많은 합의와 적지 않은 안보리 제재, 독자 제재가 존재했다. 이들은 기존 사고의 틀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왔던 노력이었다. 그러나 그 사이 북한은 우리가 할 수 없다고 생각했거나 하기 어렵다고 무시했던 핵개발을 지속해 왔다. 이런 북한을 제대로 다루기 위해서는 과거 상식의 틀을 깬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다행히 김정은 정권의 터무니없는 행동 덕분에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는 적지 않다. 북한 인권문제의 실상을 널리 알리고 종국적으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에 김정은을 세우자. 북한의 다양한 불법행위를 철저히 추적해서 국제 금융네트워크에서 축출하고 종국적으로 외교관계를 단절시키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유엔 헌장 5조(권리 및 특권 정지), 6조(제명)의 규정대로 유엔 헌장 상의 원칙과 유엔 안보리 결정을 상습적으로 위반하고 있는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에 문제를 제기하자.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의를 얻기 어렵다'는 이야긴 그만 하자. 오늘날 북핵문제의 모든 사안에서 이들의 동의가 문제되지 않은 적이 있었던가. 불가능하고 절망적인 상황이 바로 외교의 출발점이다. 북핵이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에 큰 손해를 가져오고 더 이상 안정이라는 명분으로 김정은 정권을 감싸서는 안 되겠다는 인식을 끌어낸다면 진정한 '게임 체인지'의 순간이 올 수 있다. 중·러는 유엔을 유지하고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일차적 책임을 지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다. 한미동맹과 국제사회의 여론을 수단으로 끊임없이 설득한다면 어제의 불가능은 내일의 현실이 될 수 있다.
'전례가 없어서 어렵다'는 말도 그만하자. 북한의 핵개발은 핵무기비확산조약(NPT) 체제 내에서 핵무기를 개발하고 결국 NPT마저 탈퇴한 전례 없는 도발이다. 21세기에 핵실험을 한 것도, 핵무기 사용 위협도 서슴지 않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위협이 전례가 없다면 그 대응 역시 전례가 없는 일이다. 우리가 제기한 북한의 유엔 회원국 자격 문제는 탈냉전 당시 동구권 핵문제 해결로 유명한 샘 넌(Sam Nunn) 전 미국 상원의원의 미국외교협회(CFR) 연설로 이미 반향을 얻은 바 있고, 앞으로 더 많은 지지를 얻어낼 것이다.
신범철 (국방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