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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시선/신상구]고은 시인의 노벨상 수상 조건

입력 | 2016-09-27 03:00:00


신상구 문학평론가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은 노벨문학상이다.

 한국의 고은 시인은 2002년부터 무려 14년간이나 해마다 노벨 문학상 수상 후보자로 물망에 올라 올해도 국민들이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런데 영국 베팅 업체 래드브록스의 발표에 의하면 이달 19일 기준으로 일본의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가 배당률 5 대 1로 노벨 문학상 수상 1순위로 떠올랐고, 고은 시인은 공동 11위에 그쳐 올해도 노벨 문학상을 탈 가능성이 작다고 한다.

 고은 시인은 낭독회와 강연회 등 해외 행사에 적극 참여했다. 승려 출신인 시인의 불교적 시 세계도 서구 사회에선 화제였다. 노벨 문학상이 작가의 정치적 이력도 감안한다는 점에서 민주화 투쟁을 한 작가의 삶도 충분조건이 됐다.

 시인은 70여 권의 시집에 수천 편의 시를 상재했지만, 국민 다수가 암송하는 명시는 ‘등대지기’ ‘가을편지’ ‘화살’ 등 소수에 그치고 있다. 그의 시는 시의 특징인 함축성이 부족한 것으로 일부에서 평가하기도 한다.

 시인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 위해서는 다작을 지양하고 절제된 싱징적인 언어로 한민족의 정서와 민족혼이 오롯이 담겨 있는 명시를 더 많이 창작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정치적으로 편향돼서는 안 된다. 정권의 편을 들거나 야당에만 경도되지 않고 중립을 지켜야 한다. 물론 독재정권이나 인권 말살과 탄압에는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그러한 경우를 제외하곤 문학 자체에 충실해서 국민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아야 한다.

 또한 그의 작품 가운데 명시를 엄선해 더 많이 스웨덴어와 영어 등으로 번역 출판해 각국에 널리 보급해야 한다. 또 보다 왕성한 작품활동을 하여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수준을 능가하는 걸작을 많이 창작하길 기대한다.

 다른 한편 시인은 민족 문학적 사고 대신 인류 보편의 명제와 정서에 입각한 문학을 지향해야 한다. 한국 정부도 고은 시인의 시가 스웨덴 등 해외에 더 많이 잘 알려지도록 외교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최근 고은 시인의 고향인 전북 군산에 만인보 조각공원이 조성되었고, 만인보 문학제가 개최되고 있다. 시인의 자택이 있는 경기 안성시에서는 고은문학연구소와 만인보아카데미가 창립됐다. 이런 연구 모임과 행사가 노벨상 수상에 탄력을 주기 바란다. 

신상구 문학평론가 충청문화역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