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렴의 긍지 추락 참담…국민께 사과” “부장판사 뇌물사건 엄정조치”
양승태 대법원장이 6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긴급 전국법원장회의에서 김수천 부장판사의 뇌물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대법원장이 법관 비리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로 2006년에 이어 10년 만이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양 대법원장은 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4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긴급 전국법원장회의’에 앞서 ‘국민과 법관들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A4 용지 9장 분량의 사과문은 양 대법원장이 직접 작성했다. 사과문에서는 법원 수장으로서 느끼는 참담함과 당혹감이 묻어났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이번 일로 가장 크게 실망하고 마음에 상처를 받은 사람은 국민들”이라며 “사법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께 끼친 심려에 대해 깊이 사과드리며 앞으로 밝혀질 내용에 따라 엄정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사과문 중 ‘청렴’을 14차례, ‘신뢰’를 7차례 언급하며 강조했다. 특히 ‘청렴’을 법관들의 직업윤리 중 가장 중요한 가치로 언급하며 “부정을 범하는 것보다 굶어죽는 것이 더 영광이다”란 고(故) 김병로 초대 대법원장의 말도 인용했다.
법원 일각에서는 판사 개인의 일탈에 대해 대법원장이 대국민 사과까지 해야 하느냐는 의견도 나왔으나 양 대법원장 스스로 대국민 사과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원장이 사태의 엄중함을 통감하고 신속한 대국민 사과로 사법부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내부 판사들의 느슨한 분위기를 바로잡고 연대책임을 강조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이날 긴급 전국법원장회의에선 사태의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대법원장 등 고위 법관 36명은 약 7시간의 격론을 거쳐 대안을 발표했다.
법원장들은 우선 비위 법관에 대한 징계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금품 및 향응 수수 등으로 정직 6개월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공무원연금에 불이익을 주고 수수 금액의 5배까지 징계부가금으로 내도록 법관징계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비위 법관은 재판 업무에서 임시로 제외하는 안도 논의했다. 또 비위 의혹이 제기된 법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신속히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마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대법원 관계자는 “회의에서 나온 안들은 일부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어 앞으로 전국 법관들의 의견을 수렴해 대책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오혁 기자 hy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