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이번엔 ‘스폰서 부장검사’ 파문
잦은 술자리, 식사 자리를 통해 친분을 쌓아온 30년 지기 둘 사이에 금이 가기 시작한 건 김 씨가 올해 4월 15일 횡령 및 사기 사건의 피의자가 되면서부터다. 김 씨는 회삿돈 15억 원을 빼돌리고 거래처에 50억 원대 사기를 친 혐의로 고소되자 김 부장검사에게 손을 써달라며 도움을 요청했다.
김 부장검사는 올해 2, 3월경 밀린 술 외상값 등의 명목으로 급전 1500만 원을 김 씨에게서 빌린 것이 화근이 될까 봐 4월 18일 친분 있는 A 변호사를 통해 급히 갚았다. 김 씨는 돌려받은 1500만 원을 A 변호사를 자신의 변호사로 선임하는 비용으로 썼다가 다시 반환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검사는 “지난 주말 대검 감찰본부에 출석해 돈을 갚는 과정에 제3자가 있었다는 점과 금융자료 등 소명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검사는 “개인적인 금전 거래일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애초에 김 부장검사가 피의자와 돈거래를 했다는 점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검찰 안팎에선 보고 있다. 범죄 전력으로 몇 차례 징역형을 선고받은 인물과 지속적으로 교분을 맺어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김 씨에게서 1500만 원을 빌릴 때 술집 종업원과 A 변호사의 부인 계좌로 받은 점, 돈의 용처에 대해 “개인 사정이 있었다”며 얼버무린 점도 석연치 않다.
김 씨는 도피 중 일부 언론사를 접촉해 김 부장검사가 수사팀 검사를 직접 만나고,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들을 모아 점심 식사를 대접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서울서부지검은 자체 조사에서 청탁이 오간 것은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부장검사가 사건 이후 6월경 수사라인과 개별적으로 접촉한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김 부장검사와 개별적인 자리를 가졌다는 점이 문제로 드러난다면 수사라인에 대한 줄징계도 배제할 수 없다. 김 부장검사는 “예전에 함께 근무했던 인연이 있는 수사 검사 등과 의례적으로 점심식사를 한 것으로 부적절한 청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개혁안을 발표한 지 5일 만에 김 부장검사 의혹이 터지면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김수남 검찰총장 취임 이후 발생한 현직 검사의 비리여서 과거에 일어난 진경준 전 검사장이나 홍만표 변호사 사건보다 검찰 조직에 미치는 충격파가 더 크다.
법조계에서는 서울서부지검이 최초로 보고한 시기가 홍 변호사와 진 전 검사장의 비리 의혹이 커지던 시기였다는 점에 비춰 검찰이 비난 여론을 의식해 김 부장검사의 비위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대검은 최근 간부급 검사의 비리를 상시 감찰하겠다며 특별감찰단 신설안을 발표하면서 개혁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김 부장검사 비위 의혹에 대한 늑장·부실 감찰 논란으로 검찰의 ‘셀프 개혁안’의 빛이 바래고 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