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공약 발표 앞두고 멕시코行… 새 캠프책임자 배넌의 아이디어 美언론 “회동 분위기 서먹했을 것”… 힐러리측 “이민공약이 중요” 시큰둥
트럼프는 지난달 30일 트위터를 통해 “나는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의 초청을 수락했다. 그와의 회동을 매우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에토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서 “멕시코의 이해를 증진하고 멕시코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만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에 앞서 니에토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트럼프와 민주당 대선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을 멕시코로 초청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의 깜짝 멕시코행 결정은 애리조나 주에서 가질 이민공약 관련 연설 몇 시간을 앞두고 단행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가 그동안 좌충우돌했던 1100만 불법 이민자 처리 문제를 이날 밝히기 전 스포트라이트를 자신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멕시코 방문이라는 트럼프다운 이벤트를 선택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 전 트위터에서 “나는 대통령 취임 첫날부터 (멕시코와 맞댄) 남쪽 국경지대에 거대한 장벽을 건설하겠다고 말해왔고 그렇게 할 것이다. 불법 이민자들을 막아야 한다. 연설을 지켜보라”고 밝혔다.
이날 멕시코행 아이디어는 지난달 트럼프 선거캠프 최고책임자로 합류한 스티븐 배넌 전 브레이트바트뉴스 대표가 주도했다고 WP가 전했다. 배넌은 트럼프에게 이민자 문제를 놓고 멕시코 대통령과 직접 협상하는 모습을 통해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식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다고 권유했고, 트럼프도 지난달 28일 최종 결심을 했다는 것이다.
트럼프에게 ‘한방’을 맞은 클린턴 측은 트럼프의 멕시코행을 평가절하했다. 클린턴 캠프의 제니퍼 팔미에리 고문은 성명에서 “클린턴은 이미 2014년 멕시코를 방문해 니에토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적절한 시기에 다시 만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31일 애리조나에서 밝히겠다는 이민 공약이지 멕시코에서 하는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