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한센병 환자 돌본 김인권 명예원장, 서울대 졸업식 이색 축사
29일 서울대 제70회 후기 학위수여식 연사로 나선 김 명예원장은 축사에서 “진로를 정하는 데 선배이자 사회의 경험자로서 몇 가지 도움을 드린다”면서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 때 재상 손숙오와 아들 손안의 일화를 소개했다.
장왕의 공신이었던 손숙오가 죽자 장왕은 손안에게 벼슬과 땅을 약속했다. 하지만 손안은 한사코 거절하며 침구(寢丘)라는 황폐한 땅만을 달라고 했다. 김 명예원장은 “세월이 흘러 왕이 바뀌고 신하들은 서로 좋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다퉜다”면서 “아무도 침구 땅은 원치 않았기 때문에 오랫동안 손씨들이 그 땅을 차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구나 생각하는 좋은 직장은 경쟁이 치열하고 상하 수직관계가 확실하게 정해져 있어 존재감을 나타내기가 무척 어렵다는 의미라고 김 명예원장은 설명했다.
김 명예원장은 1975년 서울대 졸업 후 남들이 인정해주는 곳 대신 마음이 이끄는 곳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 그는 1980년부터 3년간 한센병 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국립소록도병원에 자원해 공중보건의를 지냈다. 그는 “큰 동요 없이 33년간을 봉직하게 된 제일 큰 힘은 이 선택을 나 자신이 했고 나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었다”고 말했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은 서울대는 이날 학위수여식에서 학부생 851명을 포함해 총 2428명에게 학위를 수여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