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간 50년 맞은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
6월 20일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앞줄 가운데)이 강원 귀래중학교를 찾아 ‘꿈이 있는 자에게는 미래가 있다’는 주제로 진로 특강을 한 뒤 학생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성지출판 제공
수학의 정석은 홍성대 상산고 이사장(79)이 26세(1963년)에 집필을 시작해 29세에 펴냈다. 당시 서울대 수학과 학생이던 홍 이사장은 등록금과 책값, 하숙비를 마련하려 과외와 학원 강의를 했다. 그런데 강의에 참고할 만한 수학 참고서가 별로 없었다.
50주년을 시끌벅적하게 맞기 싫다고 누누이 이야기한 홍 이사장은 올해 5, 6월 오지의 소규모 사립학교 7곳을 찾아다녔다. 굳이 사립학교를 찾아간 건 ‘소년 홍성대’와 비슷한 처지의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해주고 싶어서였다. 홍 이사장은 “고향 전북 정읍시 태인면에 사립학교(태인중)가 생긴 덕분에 공부할 수 있었다”며 “그게 아니었다면 멀리 전주나 익산으로 유학을 가야 하는데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아 중학교 문턱도 못 밟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 귀래중을 찾아간 홍 이사장은 “나도 너희처럼 시골 중학교를 다녔지만 꿈을 갖고 있었기에 공부했고 오늘의 내가 됐다”고 말했다. △문제를 눈으로만 읽지 말고 직접 써봐라 △풀이는 가리고 자기 힘으로 풀어라 △복습보다 예습 중심으로 공부하라 등 수학을 잘할 수 있는 세 가지 방법도 알려줬다. 희망의 문구와 사인이 적힌 수학의 정석을 한 권씩 나눠주고 한 학생에게는 고교 3년 장학금도 줬다.
얼마 전 이 학교 1학년 한 학생은 홍 이사장에게 보낸 편지에 “엄마 아빠가 ‘그 유명한 분이 어떻게 너희 학교를 오셨느냐. 나도 그 책으로 공부했다’고 해서 자랑스러웠어요. 이번에 받은 책으로 고1이 된 언니와 열심히 공부할게요”라고 적었다. 어렵게 공부한 홍 이사장은 숨은 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왔다. 수학의 정석 수익금으로 1981년 자율형사립고 상산고를 세운 게 대표적이다. 그동안 끊임없이 개정판이 나온 수학의 정석은 내년에 큰 변화를 맞는다.
2001년도 개정판부터 홍 이사장의 딸과 사위(모두 서울대 수학과 졸업)가 개정 작업을 도왔지만, 내년에 출판되는 개정판엔 새로운 필진 두 명이 참여한 것. 이들도 물론 학창 시절 수학의 정석으로 공부했다. 홍 이사장은 “수학의 정석이 국민 참고서가 됐는데 국민 중 유명한 필진이 좋은 책을 만드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