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가 27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골프장 블랙코스에서 열린 PGA 투어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 2라운드에서 컷 탈락했지만 “내년에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경기 뒤 현지 방송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김시우(오른쪽에서 2번째). 파밍데일(미 뉴욕주)|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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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덱스컵 PO 1차전 2라운드 컷 탈락
악명 높은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에 좌절
김시우 “준비 부족…내년에 두고보자”
한국인 최연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우승자 김시우(21·CJ대한통운)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1차전 바클레이스(총상금 850만 달러)에서 컷 탈락하고도 웃음을 잃지 않았다.
김시우는 27일(한국시간)부터 미국 뉴욕 주 파밍데일의 베스페이지 골프장 블랙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에서 2라운드 합계 4오버파 146타를 쳐 1타 차로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그러나 경기 뒤 스코어카드를 접수하고 나온 김시우의 표정은 의외로 담담했다. 오히려 “컷 탈락했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며 웃었다.
대회가 열린 베스페이지 골프장 블랙코스는 PGA 투어에서도 난코스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2002년 US오픈을 치르고 난 뒤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코스 15위’에 꼽혔을 정도로 난코스로 평가됐다. 2012년 플레이오프 1차전 때는 평균스코어가 71.72타였을 정도로 절반 이상의 선수들이 오버파를 기록하면서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특히 10번(파4·502야드), 11번(파4·435야드), 12번홀(파4·501야드)은 ‘지옥의 늪’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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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 부족은 시작부터 늪으로 끌고 갔다. 첫날 10번홀에서 헨릭 스텐손, 캐빈 채플과 경기에 나선 김시우는 10번홀 더블보기, 11번홀 보기를 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순식간에 3타를 잃었다. 이 2개홀에서의 성적을 제외하고 다음날까지 34개 홀에서는 버디 6개와 보기 7개로 선전했다. 그러나 결국 경기 초반 3타를 잃어버린 타수를 만회하지 못하면서 컷 탈락했다.
지옥의 늪은 간혹 선수들의 인내력을 시험하기도 한다. 베테랑 스텐손(세계랭킹 4위)은 리우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목에 건 뒤 기분 좋게 플레이오프를 시작했지만 완전히 제어력을 잃고 말았다. 10번홀 보기에 이어 11번홀에서 트리플보기를 적어내면서 인내심이 한계에 달했고, 흥분한 스텐손은 경기 중 페어웨이 우드를 부러뜨리면서 화를 참지 못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다.
베스페이지 블랙코스의 악명은 이번에도 여전했다. 3오버파에서 컷오프가 결정돼 올해 열린 PGA 투어 중 4번째 높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마스터스와 US오픈이 6오버파로 악명을 높였고, 디오픈(4오버파)에 이어 바클레이스와 혼다클래식, 발스파챔피언십이 3오버파에서 컷오프가 이뤄졌다.
김시우는 “올해 쳐본 코스 중 가장 까다로웠다. 그러나 내가 조금 더 잘 쳤더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곳이다. 코스가 어렵기도 했지만 준비가 부족했던 내 탓이 더 크다. 좋은 경험이었고 오늘의 경험을 잊지 않겠다”며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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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새내기 김시우의 출발은 아쉬움으로 끝났다. 골프백을 챙겨 2차전 도이치방크챔피언십이 열리는 보스톤으로 향하는 김시우는 “내년에는 오늘처럼 쉽게 무너지지 않겠다”며 독기를 내뿜었다.
파밍데일(미 뉴욕주) 주영로 기자 | na187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