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조선 말기 의병장 송사 기우만(松沙 奇宇萬·1846∼1916) 선생이 지은 ‘후잠설(後潛說)’입니다. 백이는 옳지 않은 세상에 항거하여 수양산(首陽山)에 들어가 굶어 죽었다는 성인이고, 도잠은 옳지 않은 세상이 싫어 관직에서 물러나 평생 은거한 도연명(陶淵明)입니다. ‘후잠설’은 도잠을 본받아 자신의 호를 ‘훗날의 도잠(後潛)’이라고 짓고 숨어 산 사람에 대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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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무리에 후잠이라는 호를 쓰는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가 망하던 날 백이처럼 죽은 사람도 있고 도잠처럼 죽지 않은 사람도 있었는데, 죽지 않은 도잠 중 한 사람이 후잠이다. 도잠의 뒤에 태어났으나 그 잠(潛·숨음)을 함께하고자 후잠이라고 하였으니, 선잠과 후잠이 택한 길은 같다.
만약 그 이름을 거론한다면 그가 숨으려는 본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진나라 처사 도잠도 지금까지 숨지 못하였다. 후잠이 비록 이름을 숨기려고 하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조선 처사 이태로(李泰魯)라는 이름을 숨기지는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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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