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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지옥훈련, 부활하는 박인비

입력 | 2016-08-20 03:00:00

여자골프 초반 돌풍 비결은
평소엔 연습과 거리 멀었지만, 샷 감각 찾으려 수백번 스윙 반복
바닷가 골프장서 주3∼4회 라운딩… 모친 “내 딸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져”




박인비(28)는 선천적으로 손목이 약해 팔굽혀펴기도 제대로 못 한다. 초등학생 때 골프를 시작한 뒤 무리한 운동은 피했고, 코킹(손목 꺾음)이 별로 없는 독특한 스윙을 갖게 됐다. 골프 선수로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어서 연습장에서도 수백 개씩 공을 쳐 본 일은 없다. 공을 몇 개 쳐 본 뒤 감이 좋다고 생각하면 훈련을 멈췄다. 그 대신 타고난 감을 지녔다.

그랬던 박인비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앞두고는 두 달 가까이 하루 종일 훈련에 매달렸다. 리우 올림픽 골프장처럼 강한 바람이 부는 바닷가에 위치한 인천의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일주일에 서너 번 연습라운드까지 했다. 박인비에게 훈련 장소를 제공한 이 골프장 이준희 대표는 “오전 6시부터 남편이자 스윙코치인 남기협 씨와 18홀 라운드를 돈 뒤 연습장에서도 몇 시간씩 공을 쳤다”고 말했다. 박인비의 어머니 김성자 씨는 “내 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인비가 예전과 달리 훈련에 몰입했다. 부상으로 잃어버린 샷 감각이 좀처럼 되돌아오지 않는다며 밤늦게까지 빈 스윙을 수백 번씩 했다”며 안쓰러워했다.

올 시즌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으로 극도의 부진에 시달렸던 박인비는 고심 끝에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기로 한 뒤 그동안 해본 적이 없는 강도 높은 훈련을 견뎌냈다.

“올림픽 무대가 끝이라고 생각하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다”는 그의 말처럼 지옥훈련의 효과는 컸다. 박인비는 19일 리우 올림픽 여자 골프 2라운드에서 이틀 연속 5언더파를 치며 중간합계 10언더파로 단독 선두에 나서 ‘침묵의 암살자’라는 별명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했다. 거리보다는 정교함이 요구되는 이번 대회 코스는 그를 위한 맞춤형 골프장처럼 보였다. 세밀한 퍼팅 감각을 발휘하려고 몇 달째 손가락에 감고 있던 테이핑까지 풀었다. 박인비는 리우에서 경기 후 트레이너의 도움으로 손가락에 얼음찜질을 하고, 근육 마사지를 받아야 하지만 몸 상태에 대해선 내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는 “더는 부상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공을 칠 수 있다는 게 중요할 뿐이다”고 말했다.

박인비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통산 17승 중 7승을 메이저 타이틀로 장식할 만큼 큰 무대에 강했다. 박인비가 올림픽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후회 없이 도전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