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장관 3명을 내정하는 소폭 개각을 실시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조윤선 전 여성가족부 장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환경부 장관에는 조경규 국무조정실 제2차장이 발탁됐다. 청와대는 여성가족부 장관과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역임한 조윤선 후보자에 대해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잘 이해하는 분”, 김 후보자에 대해서는 “30여 년간 농림축산식품 분야에 재직한 분”이라고 임명 배경을 설명했다. 환경 분야와 무관한 경제관료 출신 조경규 후보자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 전반에 풍부한 식견과 조정 능력을 갖췄다고 밝혔다.
이미 청문회 통과 경험이 있는 조 후보자 외에 거의 다 관료 출신 장차관을 임명한 것은 박 대통령의 ‘청문회 포비아’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각종 의혹이 쏟아질 경우 민심이 나빠지고, 인사 검증에 대한 비판이 커질 것을 우려해 최소한으로 개각 폭을 줄였을지 모른다. 그러나 여당이 참패한 4·13총선 직후부터 조각(組閣)에 가까운 전면 개각으로 국정을 일신(一新)해 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분출했음에도 넉 달여 만에 나온 응답이 이 정도라니 실망스럽다.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가 11일 청와대 회동에서 논란의 핵(核)인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의 경질 문제는 꺼내지도 못하고 사실상 유일하게 건의한 것이 ‘탕평·균형·능력·소외계층 배려 인사’다. 서울 서초구 토박이(조윤선), 영남(김재수 조경규) 출신인 세 후보자는 이 대표의 건의와는 거리가 멀다. 청와대가 5일 만에 새 지도부의 건의를 묵살했으니 또다시 여당을 청와대 하부기관처럼 대하겠다는 뜻인가. 박 대통령의 일방통행식 인사는 앞으로 1년 반 임기도 ‘마이 웨이’ 국정 운영을 하겠다는 통보나 다름없어 우려스럽다.
이번 개각의 인사 검증을 책임진 우 수석은 1300억 원대의 처가 부동산 거래 현장에서 관여한 사실에 대해 거짓말을 한 사람이다. 이것만으로도 그는 대통령을 보좌할 자격이 없다. 어느 기관이든 감찰을 받게 되면 피감자의 업무가 정지되는 것이 상식인데 특별감찰 중인 그가 정상 근무를 하는 것도 납득되지 않는다. 진경준 전 검사장의 인사 검증 부실에도 책임이 있는 우 수석을 대통령이 언제까지 감싸고 갈 건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