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보고서 입수 공개
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공화국에 있는 호주의 해외 난민시설에서 어린이 인권 유린 사건이 빈번했다고 적힌 문건이 공개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9일 호주 이민당국이 작성한 8000여 쪽 분량의 보고서를 입수해 2013년 5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나우루 난민수용소에서 폭행과 성적 학대, 자해 등 인권 유린 사례 2116건이 발생했다고 폭로했다. 호주는 배를 타고 들어오는 망명 신청자들의 본토 입국을 막는다. 그 대신 이들을 인근 나우루, 파푸아뉴기니 등의 해외 난민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
특히 어린이 피해 사례가 두드러졌다. 어린이는 전체 인원의 20% 미만이었으나 전체 피해 사건 중 51.3%(1086건)나 됐다. 2014년 7월 한 여자 어린이가 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로 성인 거주 지역으로 보내져 급기야 성폭행을 당했다. 한 시설 직원은 여자 어린이가 샤워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려고 2분인 샤워 시간을 4분으로 늘리기도 했다. 한 난민 임신부는 출산 시기에 이르자 “이런 더러운 환경에서 아이를 키우고 싶지 않다”며 호주 정부에 아이를 맡아 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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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이 공개한 보고서는 감시원, 사회복지사, 교사, 의료진 등 난민수용소 직원들이 작성한 것이다. 난민수용소를 운영하는 기관은 수용소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건을 호주 정부에 정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가디언은 “호주 정부는 매년 난민시설에 12억 달러(약 1조3320억 원)를 보낸다”며 “호주인의 알 권리를 위해 인권 유린 실태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6월 말 현재 나우루에 수용된 난민은 성인 남성 338명, 성인 여성 55명, 어린이 49명 등 442명이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