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車-폴크스바겐 뒤바뀐 처지
한국 현대자동차와 독일 폴크스바겐의 처지가 상대방 국가에서 뒤바뀌었다. 독일 진출 초기만 해도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편견 때문에 고전하던 현대차는 20여 년 만에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수입차가 됐다. 반면 한국 시장에서 독일 ‘국민차’의 자부심을 자랑하던 폴크스바겐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9일 독일자동차공업협회(VDIK)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7월 독일에서 총 1만4483대를 팔아 2위 스코다(체코·1만3879대)를 제치고 독일 내 수입차 업체 중 판매 1위에 올랐다. 특히 1월 독일에 출시된 현대 투싼은 상반기 독일에서 판매된 수입 신차 중 판매량 1위(2719대)를 기록하며 ‘베스트셀링카’로 뽑혔다.
반면 지난해 디젤게이트, 올해 인증서류 조작으로 논란을 일으킨 폴크스바겐의 한국 판매량은 급감하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폴크스바겐은 지난달 한국에서 425대를 파는 데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 판매량(2998대)보다 85.8%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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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독일 수출 판매를 시작한 현대차는 초창기만 해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명차의 고향’을 자처하는 독일의 소비자들은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 차를 불신했다.
2002년 미국의 한 언론은 독일 운전자 1만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한국산 자동차는 평균 점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당시 만족도 1, 2위는 일본의 도요타와 마쓰다가 차지했다.
이후 현대차는 ‘제품의 고급화’와 ‘유럽 소비자에게 맞춘 서비스’라는 투 트랙 전략으로 경쟁력을 키웠다. 당시 독일에서는 현대차 고객이 차량을 수리하러 올 때 택시비를 지급해 줄 정도였다.
반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판매를 시작한 폴크스바겐은 2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고가의 수리비, 부족한 사후수리(AS) 인프라 등으로 불만이 높다. 지난해 9월 기준으로 폴크스바겐 서비스센터는 전국에 총 29곳이었다. 지난해 폴크스바겐 한국 판매량이 3만5800대였으니 한 곳당 연간 1000대가 넘는 차량을 감당해야 하는 것. 높은 수리비도 매년 국정감사에서 도마에 올랐지만 개선의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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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택 기자 na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