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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조영민]체육기금이 국회쌈짓돈?

입력 | 2016-08-09 03:00:00


조영민 채널A 정치부 기자

“나는 갔다 올래요. 그런 것 무서워서 못 하나, 국회의원이?”

국회의원들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격려 방문 비용을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충당하는 것이 합당한지 묻자 돌아온 한 야당 의원의 답변이었다. 리우 올림픽에 가려던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의원은 모두 8명. 나머지 의원들은 “비용의 출처를 몰랐다”고 둘러댔지만 이 야당 의원만은 유독 자신의 ‘담력’을 뽐내듯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국회의원이 위험한 지카 바이러스와 장시간 비행까지 마다않고 가는 격려 방문”인데 왜 딴죽을 거느냐는 식이었다.

“문제라고 느끼시는 부분에는 동의하는데, 딱히 드릴 말씀이 없어서 죄송합니다.”

의원들의 리우행 비용을 조달한 대한체육회의 답변 역시 군색했다. 대한체육회가 상급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승인받은 비용은 2억6000만 원. 숙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무료로 제공한다고 했으니 의원 8명의 비즈니스석 항공료 1억4000만 원을 뺀 1억2000만 원이 용도가 불분명한 여행경비인 셈이다. 교문위의 피감기관인 대한체육회는 의원들에 대한 질문을 할 때마다 “곤혹스럽다. 우리는 이번 일의 말단 기관일 뿐”이라고 했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말 그대로 국민들의 체육 진흥과 체육인의 복지 등을 위해 마련된 기금이다. 그 사용처 역시 국민체육진흥법에 10여 가지 항목으로 명확히 적시돼 있다. 항목 어디에서도 국회의원의 올림픽 선수 격려 방문 비용으로 충당할 법적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한체육회의 의원님 배려는 눈물이 날 정도였다. 남미 여행을 위한 예방접종 비용까지 내주겠다며 의원실에 영수증 제출을 요구했고, 의원들의 3박 7일 리우 일정이 혹시 구설에 오를까 봐 ‘관광’ ‘문화시찰’ 등 문제의 소지는 쏙 빼고 e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이 모든 게 비정상적인 일이고 문제가 있는 일이지만 취재가 끝난 지금도 남는 의문은 왜 잘못된 일에 밥상을 차린 피감기관만 어쩔 줄 몰라 전전긍긍할 뿐, 국회의원은 저렇게 당당하냐는 것이다.

“보통 선수들 격려금 전달하러 가는 건데, 격려금 받을 사람들 돈으로 격려금 전달하러 간다고 한 꼴이네.” 올림픽 격려 방문을 해본 한 인사의 말이다. 결국 의원들의 리우행은 출국 이틀을 남기고 취소됐다. 추가경정예산과 처리해야 할 현안이 많아서 방문이 어렵게 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결국 의원들의 급작스러운 취소로 다시 피감기관만 바빠졌다는 소문이다.

“나는 무서울 게 없다”며 리우행을 강행하려 했던 야당 의원에게 다시 묻고 싶다. 채널A 보도가 나가자 부랴부랴 리우행을 취소하는 와중에도 이 의원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국회의원이 선수를 격려하기 위해 고된 여정을 마다하지 않는 것은 평가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기자의 질문은 ‘왜 가느냐’가 아니고 ‘왜 그 돈으로 가느냐’였다. “국회의원이 그런 지적 무서워서 못 가겠냐”며 금배지 ‘티’ 낼 일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조영민 채널A 정치부 기자 y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