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속 통학버스에 8시간 방치… 네살배기 유치원생 의식불명 교사 “인기척 없어”… 기사는 확인안해… 光州경찰, 원장 등 4명 입건
“기본적인 안전도 지키지 않은 어이없는 사고에 피눈물이 납니다. (버스에 갇히면) 어른도 몇 분 버티기가 힘든데 8시간이나 고통스러웠을 아이를 생각하니….”
유치원 통학버스 내부에 방치됐다가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된 최모 군(4)의 아버지(43)는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는 폭염 속 찜통이나 다름없었던 통학버스에서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한 채 쓰러진 아들을 떠올리면 심장이 오그라든다고 했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달 29일 오전 7시 최 군은 출근길 아버지에게 밝은 표정으로 인사했다. 1시간 뒤 엄마 이모 씨(37)와 함께 집 앞 편의점에 가 평소 갖고 싶었던 장난감이 든 초콜릿을 한 개 샀다. 그리고 오전 9시 “잘 다녀오라”라며 손을 흔드는 엄마의 배웅을 받으며 유치원 통학버스에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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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씨가 다시 통학버스를 찾은 건 8시간 가까이 지난 오후 4시 40분경. 찜통처럼 뜨거워진 버스 내부를 환기시키기 위해 창문을 열던 중 뒤쪽에서 두 번째 의자에 쓰러져 있던 최 군을 발견했다. 이날 광주의 낮 최고기온은 35.3도까지 치솟았다. 최 군은 전남대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위독하다.
올해 제정된 광주시교육청 통학버스 안전규칙에 따르면 인솔 교사와 운전사는 어린이가 통학버스에 승하차할 때 반드시 뒷좌석까지 확인하도록 하고 있다. 정 씨는 경찰에서 “내부를 살펴봤는데 인기척이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임 씨는 “인솔교사가 확인한 것으로 믿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최 군의 아버지는 “집과 유치원 사이 운행 시간이 1분에 불과한데 잠이 들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차량 내부를 아예 살펴보지 않은 것 아니냐”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유치원은 평소 원생 180명이 생활했지만 이날은 방학이라 30명이 등원했다. 하지만 원장 박모 씨(52·여)와 주임교사 이모 씨(34·여)도 원생들의 출석을 점검하지 않았다. 광주지방경찰청은 31일 정 씨 등 4명을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로 입건했다. 경찰은 통학버스에 탑승한 어린이들에게 당시 상황을 들어보는 등 각종 의문점들을 확인할 방침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통학버스에 어린이가 방치되는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1일에는 광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운영하던 12인승 통학버스에 이모 양(5)이 2시간가량 갇혔다. 이 양은 다행히 잠겨 있지 않은 버스의 문을 스스로 열고 나와 화를 면했다. 어린이집 측은 원생들의 하차는 물론 등원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고, 점심시간을 앞두고서야 이 양이 사라진 것을 알았다. 뒤늦게 어린이집 입구에서 우는 이 양의 울음소리를 듣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광주북부경찰서는 당시 정황이 담긴 폐쇄회로(CC)TV 자료를 삭제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으로 어린이집 관계자 2명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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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이형주 peneye09@donga.com / 박성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