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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폴의 ‘Waterfalls’에 젖어드는 날

입력 | 2016-07-28 03:00:00

2016년 7월 27일 수요일 비. 추락주의. #217.Paul McCartney ‘Waterfalls’(1980년)




딱딱하게 굳어버린 내 마음을 만약 이제라도 곱게 접고 접을 수 있다면, 그래서 하늘을 향해 던질 수 있다면 나는 날 수 있을까.

내 곁에 언제나 가지런할 것 같던 그는 어느 바람 부는 날 저녁, 가벼운 마음을 종이처럼 접고는 노을 너머로 훌쩍 날아갔다. 두 팔을 벌렸지만 막지 못했다. 그럴 수 없었다. 바람의 일이었다. 그 후로 널어둔 빨래는 좀처럼 마르지 않았다. 어떤 일들은 그저 날씨 때문에 일어난다.

마음은 가끔 물과 같을 때도 있다. 2013년 11월 11일 오후를 기억한다. 폴 매카트니 일본 공연 취재차 도착한 오사카 역의 플랫폼. 철로 앞의 ‘추락주의’라 쓰인 곳에 섰을 때 마법처럼 이어폰에서 매카트니의 ‘Waterfalls’가 재생됐다. 선로 너머 하늘에 타는 이국의 저녁놀을 닮은 로즈 피아노. 그가 끌고 나온 선율은 뜻밖에 동양적이어서 존 레넌의 것 같기도 했다.

‘폭포로 뛰어들지 마요/호수에 남아주세요/폭포로 뛰어드는 사람들은/때로 실수하거든요’

늘 곁에 두고 싶은, 언제나 불안한 연인을 향해서 매카트니가 노래한다. ‘내겐 사랑이 필요해요/초에게 시간이 그러하듯/빗방울에게 소나기가 그렇듯/하루의 1분, 1분마다/모든 게 변하겠죠/만약 당신이 떠나기로 마음먹어야 한다면’

24일 밤, 경기 이천에서 열린 록 페스티벌에서 또 한 번 트래비스의 ‘Closer’가 울려 퍼졌다. 몇 년 전 그날처럼. 객석에서 무대 쪽으로 수십 개의 종이비행기가 날았다. 꼭 그때처럼 그랬다. ‘가까이, 가까이/내게 기대요, 내게 기대요’ 하고 노래하는 트래비스의 프랜 힐리와 관객들의 눈이 젖어들었다. 노래의 안과 노래 밖에 있는 마음들이 밤하늘을 갈랐다.

얼마 전 매카트니의 베스트 앨범 ‘Pure McCartney’가 발매됐다. CD 두 장짜리 일반 버전에는 ‘Waterfalls’가 빠졌다. 네 장짜리 딜럭스 버전에는 있다. 빌보드 싱글차트 100위권에도 들지 못한 이 심하게 우울한 발라드를 딜럭스 버전에라도 넣은 것에서 매카트니가 이 곡을 꽤나 사랑한다는 걸 느낀다.

오늘도 누군가는 폭포 쪽으로 떠내려간다.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곳을 향해. 호숫가에 선 사람이 애타게 외친다. 그의 눈도 어느새 호수를 닮았다. 떨어지려 한다. 공무도하가 비슷한 그 노래가 계속된다.

‘폭포로 뛰어들지 마요/호수에 남아주세요’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