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부부의 ‘45년 러브스토리’
“당신이 날 그렇게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면 나도 당신을 그렇게 쳐다볼 거야.”
1971년 미국 예일대 도서관에서 책을 보던 여학생은 작정한 듯 책을 덮고 넓은 도서관을 가로질러 걸어와 한 남자 앞에 서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적어도 이름은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난 힐러리 로댐인데 넌 누구니”라는 질문과 함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소개한 부인 힐러리와의 첫 대화다.
빌 클린턴은 힐러리의 당당하고 솔직한 매력에 끌렸다. 그래서 퇴짜를 맞으면서도 세 번이나 청혼을 했던 것일까. 그는 “어떻게 하면 이 여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를 궁리했다”며 청혼 이야기를 꺼냈다. 첫 청혼은 로스쿨에서의 마지막 해 힐러리가 생애 처음 방문한 외국인 영국에서 시도했다. 에너데일 호숫가에서 그는 잔뜩 분위기를 잡고 “결혼해 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안 된다”고 거절했다. 클린턴은 단호한 그녀에게 자세를 낮춰 접근해 보기로 했다. “난 당신이 나와 결혼해주길 진정 바라지만 꼭 해줘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힐러리는 웃어넘길 뿐이었다. 그러다 힐러리가 클린턴의 고향 아칸소 주에 왔을 때 기회가 찾아왔다. 클린턴이 시카고로 돌아가려는 힐러리를 차로 공항에 데려다 주는 길이었다. 힐러리가 길가의 작은 벽돌집을 보고 “너무 예쁘다”고 감탄했다. 클린턴은 이때다 싶어 힐러리가 떠난 후 대출을 받아 그 집을 샀고 힐러리가 돌아왔을 때 “당신이 좋아하는 그 집 사놨으니 결혼해야 한다”고 말해 그녀의 마음을 얻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