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누리당 윤리위원회(위원장 이진곤)가 첫 회의를 열고 친박(친박근혜) 실세들이 김성회 전 의원에게 경기 화성갑 지역구를 포기하라고 압박한 ‘김성회 녹취록’에 대해 논의했다. 윤상현 최경환 의원과 현기환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4·13총선 전 김 전 의원을 압박한 것은 ‘선거법 위반’ 소지가 크다. 그러나 새누리당 윤리위는 물론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나 검찰 모두 진상을 가려낼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친박계 핵심인 윤상현 의원은 김 전 의원에게 전화해 “까불면 안 된다니까. 대통령 뜻을 얘기해준 거 아니냐”며 화성갑 불출마를 압박하다 “별의별 것을 다 가지고 있다니까”라며 은연중 ‘사찰 정보’까지 거론했다. 최 의원과 현 전 수석도 전화를 걸어 ‘VIP(대통령) 뜻’인지 묻는 김 전 의원에게 “그럼, 그럼” “길어져 봐야 좋을 것 없다”고 고압적으로 불출마를 종용했다.
이들의 전화 압박은 선거법 위반에 해당할 소지가 높다. 그런데도 이 위원장은 회의에서 “향후에도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며 거당적으로 치러져야 할 전당대회를 거론하면서 재발 방지 쪽에 무게를 뒀다. 민주정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철저하게 진상부터 가려내야 한다. 당 대표에 출마한 비박계 정병국 주호영 김용태 의원도 당과 선관위에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당초 “모르는 척 넘어갈 순 없다”고 했던 이 위원장이 왜 생각이 변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새누리당 비상대책위는 개혁에 굼뜬 자세를 보여 안팎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았다. 비대위가 임명한 윤리위원장도 친박 핵심 인사들의 불법적인 공천 개입 의혹의 진상을 가려내려는 의지를 눈을 씻고 봐도 찾기 힘들다. 이런 식으로 개혁 의지가 흐릿해지면 국민에게 집권 의지조차 의심받는 사태를 자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