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
주인이 개를 잡아서 가지고 돌아와 솥에 삶을 때, 새끼 세 마리도 솥 가에 빙 둘러앉아 있었다. 다 익어서 막 먹으려 할 때 마침 이웃집 사람이 오더니, 솥을 들여다보고 침을 흘리며 “거참 맛있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세 마리가 큰 소리로 짖고 이빨을 드러내더니 펄쩍 뛰어 달려들어 그 사람을 마구 물어뜯었다.
‘이상하다. 나는 아까 시냇가에서 개를 잡기까지 했는데….’ 주인은 몹시 두려워서 개를 먹지 않고 가죽과 함께 땅에 던졌다. 그랬더니 세 마리가 달려들어 그것을 물고는 어미 개를 잡았던 곳으로 갔다. 어미개의 털이며 발톱 등을 남김없이 수습하여 산기슭에 묻더니 큰 소리로 울부짖고는 스스로 그 곁에 나란히 누워 죽었다.
사람에게 길러졌으니 주인에게 죽는 것은 가축의 도리가 그러한 것이다(養乎人而死乎主, 畜之道, 然也). 그러니 주인에게 도살당하고 주인에게 삶기는 것을 어찌 원망하여 복수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만 이웃 사람의 “맛있겠다”라는 말 한마디에 새끼들이 그를 원수로 여겼으니, 저 개들이 어미 개가 도살되는 것을 어찌 한스러워하지 않았겠는가. 다만 사람에게 길러졌으니 주인에게 죽는 것이 가축의 도리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만일 이웃 사람이 어미 개를 도살하여 삶았다면 저 새끼 개들이 어찌 그를 물어 죽이는 것에서 그쳤겠는가.
조경구 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